기초단체 격전지 탐방 - 서울 성북구청장
IT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출신 VS 청와대 1급 비서관 출신. 친박(親朴) VS 친노(親盧). 재개발 신속 추진 VS 갈등 유발하는 재개발 반대.새누리당 김규성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배 후보는 성북구청장 자리를 놓고 이처럼 대척점에 서 있다. 두 후보는 걸어온 길과 구상하는 구정의 철학이 극명하게 엇갈려 이번 성북구청장 선거도 지난 지방선거처럼 표심이 확연히 나뉘는 박빙이 재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규성 후보의 지난 행보는 다채롭다. 한국건축문화연구소에서 경희궁 복원, 서대문형무소 발굴 등의 작업에 참여한 뒤 IT업계로 뛰어들었다. 안랩,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KT계열사인 KT 엠하우스 CEO에 올랐다.
이후 새누리당 사회적경제특위위원, 새누리당 성북갑 당원협의회 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정치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였다.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 캠프에서 활약해 기초단체장 후보 중 친박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김영배 후보는 한 길만 걸어왔다. 성북구청 민선 1기(1995년)를 기점으로 2001년까지 구청에서 비서실장으로 재직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정책비서관으로 일했다. 그래서 친노계 기초단체장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지방선거 때 서찬교 성북구청장과의 대결에서 승리하며 구청장 자리를 꿰찼다.
재선을 노리는 김영배 후보와 도전자인 김규성 후보가 가장 대립하는 정책은 재개발이다. 김규성 후보는 5대 공약에 주택재개발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의 재산상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영배 후보는 재개발은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원하는 선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성북구는 재개발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라 주민들 간 갈등이 존재한다. 이것을 공약에 포함시키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노년층을 겨냥한 공약에서도 김규성 후보는 노인 일자리를, 김영배 후보는 자살ㆍ고독ㆍ굶주림이 없는 3무(3無)를 꼽았다. 이 같이 두 후보는 극과 극의 모습이지만 판세를 보는 시선만은 일치했다.
김규성 후보는 “세월호 사고로 여당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어려운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김영배 후보도 “정당 지지율이 새누리당의 반 밖에 되지 않아 인물론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성북구청장 자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3%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당락이 결정된 것처럼 이번에도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수민ㆍ박혜림 기자/smstor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