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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명보, 시메오네를 배워라
스타 부족하지만 조직력 앞세운 압박 축구로 빅클럽들 격파…세트피스 · 패턴 통한 득점 루트 다지기
감독의 냉정한 큰형님 리더십 팀 하나로 묶어…객관적 전력 열세인 한국 축구대표팀에 월드컵 참고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결국 챔스리그의 패자(覇者)가 되지는 못 했다. 그래도‘ 위대한 패자(敗者)’로 역사속에 남을 만 하다. 별 볼 일 없던 비주류 팀이 올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자국 프리메라리가에서 18년 만에 우승한 데 이어 챔스리그에도 40년 만에 결승전에 나서 준우승을 거둔 것은 경이적이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뒤로 한 채 또 한번의 대이변을 꿈꾸는
극동의 축구 변방 한국 월드컵 대표팀은‘ 라 데시마’(10회 챔스리그 우승)를 달성한‘ 귀족’ 레알 마드리드보다 대반란을 보여준‘ 서‘민 아틀레티코에게서 더 많은 교훈을 찾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민의 축구’가 홍명보호 대표팀의 지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력 앞세운 중원 압박으로 빅네임 부재 극복= 아틀레티코는 디에구 코스타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대형 스타가 없는 팀이다. 유명 선수들이 즐비한 레알이나 FC바르셀로나처럼 이들에게 의존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없다. 또한 믿고 쓸 수 있는 가용 선수층도 얇다. 그렇다 해서 스타들이 즐비한 유명 클럽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아틀레티코의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팀을 강하게 결속시켜 다진 조직력으로 스타들의 개인기에 맞섰다.

이 같은 조직력으로 아틀레티코는 AC 밀란과 바르샤, 첼시 등 세계 최고의 클럽들을 침몰시켰다. 개인기가 뛰어난 상대 팀 스타플레이어가 공을 잡으면 순식간에 두세 명씩 달라붙는 압박 수비를 펼쳤다. 최전방 공격수들의 수비가담도 매우 적극적이다. 전방에서부터 태클 등 몸싸움으로 수비에 가담하면서 상대의 공격 속도를 늦추는 데 일조한다. 최전방 공격수인 코스타가 리그 경기당 1.8회의 파울을 기록해 팀 내 2위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 같은 압박 수비는 아틀레티코가 프리메라리그 38경기에서 리그 최소인 26점 밖에 실점하지 않은 비결이다. 주력 공격수가 부상 등으로 전력에서 이탈 할 때도 조직적인 수비를 더욱 강화해 부족함을 채웠다. 리그 우승과 챔스 최종전 진출의 성과는 여기 있었다.

우리 대표팀 역시 아틀레티코처럼 빅네임이 없다. 해외파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박주영이 국내에선 지명도가 높고 팀 전력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는 하나 국외에서는 그저 그만그만한 선수 중 한명일 뿐이다. 결국 이들이 서로 끈끈한 호흡으로 유기적인 플레이를 해야만 막강 전력의 해외 대표팀들을 상대할 수 있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호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면 전진 압박이 상당히 빠르다. 수비나 공격 전환이 늦어지면 실수를 해서 실점을 많이 당할 것”이라고 현대 축구의 흐름을 지적했다.

▶세트피스, 패턴 플레이로 득점 루트 다지기= 압박 수비 다음은 공격이다. 결국 골을 넣어야 승리를 할 수 있다. 아틀레티코는 리그 평균 볼 점유율은 47%에 불과하지만 한두 번의 역습으로 골을 만드는 날카로운 역습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 대표팀은 최전방 공격수의 득점 능력은 유럽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떨어진다. 게다가 수비진이 취약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대신 사상 가장 강력한 미드필더진을 구축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살려 미드필드에서 공을 소유한 시간을 높이면서 공격 기회를 자주 얻는 방식의 공격 전술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득점 루트를 다양화 하기보다는 몇 가지 득점 패턴을 완성도 높게 가다듬어 실전용으로 써먹는 것이 득점력을 올리는 데 더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잠시나마 수비에 대한 신경을 끄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는 프리킥, 코너킥 등 세트피스 기회 또한 미드필더들이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아틀레티코는 올 시즌 리그에서 18번의 세트피스 골을 기록했다. 이는 팀 득점 전체 77골의 23%에 달하는 수치다. 우리 대표팀도 세트피스의 효용성을 지난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여실히 확인했다. 대회 직전 세트피스 훈련에 매진했던 당시 대표팀은 본선에서 거둔 6골중 4골을 세트피스로 기록했다.

홍명보호는 그러나 아직 세트피스가 무기는커녕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이제까지 14차례의 A매치에서 기록한 15골 중 세트피스 골은 2개 뿐이다. 반면 15실점 중 4골을 세트피스로 잃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수비뿐만 아니라 공격도 조직으로 하는 것이다. 세트플레이와 필드플레이에서의 몇 가지 득점 패턴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수 친화적 ‘큰형님 리더십’, 독 되지 않아야= 아틀레티코를 명문으로 이끈 시메오네 감독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주장 출신으로 2003-2004, 2004-2005 시즌을 아틀레티코에서 뛴 젊은 지도자다. 그는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교감하고 선수들의 고충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큰형님 리더십’으로 유명하다.

시메오네는 앞서 챔스리그 결승 진출을 확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선수들의 어머니들에게 감사하다. 그분들이 낳아 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특급 골잡이 라다멜 팔카오가 AS모나코로 이적하면서 우려가 높았지만 다른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동기 부여를 하면서 그 결손분을 메웠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 또한 큰형님 리더십으로 이 자리까지 섰다. 그는 평소엔 무표정으로 강한 카리스마를 드러내지만, 팀 내에선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들을 다독여 왔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는 와일드카드로 선발한 박주영이 병역 기피 논란에 휩싸이자 “(박)주영이가 입대하지 않으면 나라도 대신 가겠다”며 적극적으로 대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나친 형님 리더십은 자칫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시메오네 감독은 이번 결승에서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코스타를 선발로 출전시킨 데 대해 최악의 수였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친구와도 같은 사이이자 팀 내 최고 스타인 코스타를 무리하게 출장시켜 9분만에 교체되게 한 게 역전패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결국 그도 “내 실수”라고 사과해야 했다.

홍명보 감독도 K리그 클래식에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기록 중인 이명주(포항),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한 박주호(마인츠) 등을 최종엔트리에서 제외하고 ‘홍명보 키즈’ 박주영을 선발한 데 대해 지나친 특혜라는 뒷말을 듣고 있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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