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승부수 띄운 朴…구원투수 안대희, 우(右)장수ㆍ좌(左)재준 ‘아웃’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승부수를 띄웠다. ‘세월호 참사’로 민심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쇄신ㆍ혁신 이미지가 강한 인물을 기용하는 한편 박 대통령에겐 ‘믿을맨’이지만 국정운영에 부담이 되는 인물들을 전격 경질한 것이다. 무엇보다 새 국무총리에 안대희 전 대법관을 지명한 점은 박 대통령이 향후 국정운영을 ‘책임총리’ 중심으로 진행할 것이란 걸 예상케한다. 또 야당 측에서 ‘5적(敵)’이라고 지목한 인물 가운데 2명인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사표를 전격 수리한 대목은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다. 다만, ‘왕실장’이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은 유임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걸로 알려져 야당 측이 박 대통령의 인적쇄신의 진정성을 의심할 여지도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가족도 비리 척결 예외없다”던 안대희 카드=안대희 총리 내정자는 검찰 출신으로, 검사들 사이에선 진정한 ‘칼잡이’로 통한다. 역대 ‘강골 검사’ 가운데 안 전 대법관을 존경한다는 검사들이 즐비하다. 그런 그가 2012년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던 박 대통령의 ‘러브콜’을 받아들여 당 대선기구인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은 데 대해 세간에선 고개를 갸우뚱했다.

안 내정자가 2003년부터 대검 중수부장을 맡으면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을 씌웠는데, 본인 스스로 당쇄신과 정치권 부패 척결을 위한 공약을 만드는 자리에 걸어 들어간 점에 일종의 ‘배신감’을 느낀 것이다. 당시 안 내정자는 “정치쇄신하러 온 것이지 정치하러 온 것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쇄신특별위원장으로서 “박근혜 후보의 가족도 비리 척결 대상으로 예외가 없다”는 취임 일성을 남겼다.

안 내정자는 이밖에도 대통령의 측근이나 친인척, 고위공직자의 비리 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 등 국회의원의 주요 권한의 폐지,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 폐지 등 정치권이 불편해할 만한 쇄신 공약들을 만들어냈다.

안 내정자는 박 대통령과 갈등도 겪었다. 박 대통령이 대선기구였던 ‘100% 대한민국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냈던 한광옥 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영입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거세게 반발한 것.

안 내정자에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가 중수부장 시절,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한 위원장을 직접 수사했고, 실형을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안 내정자는 이를 계기로 사실상 일선을 떠났고, 이후엔 박 대통령의 대검 중수부 폐지 공약 발표로 또 한 번 두 사람 사이엔 냉기류가 형성됐었다. 안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된 뒤 곧바로 당사를 떠나 야인 생활에 들어갔다.

▶안대희 발(發) 개각은 조각수준 전망=이렇듯 ‘할 말은 하는’ 안 내정자를 박 대통령이 ‘삼고초려’ 형식으로 총리에 지명한 건 사실상 개각의 전권을 안 내정자에게 일임한 것으로도 분석된다. 안 내정자는 한나라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 시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정치쇄신 공약을 내놓았던 인물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총리에게 헌법에 명시된 국무위원 제청권 등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고, 장관에게는 부처 및 산하기관 인사권을 보장하는 ‘책임장관제’를 실시하자는 게 대표적이다.

안 내정자의 그간 소신을 미뤄볼 때 ‘책임총리’, ‘책임장관’이 가능하도록 박 대통령이 ‘룸’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총리직도 수락하지 않았으리란 추론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안 내정자는 국가 개조라는 대명제에 걸맞는 수준의 인물들로 내각을 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도 최근 발표한 대국민담화에서 총리 산하에 국가안전처, 행정혁신처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설명해 신임 총리에 막강한 권한을 실어줄 것임을 시사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내각 개편은 신임총리의 제청을 받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右)장수ㆍ좌(左)재준마저도 ‘아웃’=총리 기용에 못지 않게 박 대통령이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안보실장을 사실상 경질한 것도 의미 심장하다. 두 사람은 모두 군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외교ㆍ안보 정책의 핵심 포스트를 맡아 입지가 탄탄했었다. 남재준 원장만 하더라도 그간 국정원의 대선 개입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등으로 여러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박 대통령은 때마다 “또 한 번 그러면…”이라며 무한 신뢰를 보냈던 인물이다.

그런 남재준 원장도 세월호 참사의 파고를 넘긴 버거웠던 모양이다. 이번 참사의 초기에 국정원이 1차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후 청와대 보고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면서 남재준 원장은 또 한 번 코너에 몰리는 형국이었다. 박 대통령으로선 남재준 원장을 재차 감싸기엔 여론의 역풍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세질 조짐이었던 걸 감안하지 않을 수 없던 걸로 풀이된다.

김장수 실장은 참사 수습 과정에서 책임회피성 발언을 한 게 직격탄이었다는 지적이다.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8일째인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가 초동대처를 잘 못했다는 언론 지적이 나오자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반박성 해명’을 내놓으면서 ‘책임회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 실장의 설화는 이후 박 대통령과 청와대 전체가 비난을 받는 도화선이 됐다,

민경욱 대변인은 남재준 원장과 김장수 실장의 사표 수리와 관련, “국정원장과 안보실장 사표 수리됨에 따라 그 업무는 국정원 1차장인 한기범 1차장과 국가안보실의 경우 김규현 1차장이 업무를 대리하게 된다”며 “후임 인사는 조만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