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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역단체장 현장&데이터> 강남 아줌마를 잡는 자가 서울을 차지한다…정 “분위기 바뀔 것” · 박 “예전과 다르다”
[헤럴드경제 =박병국ㆍ원호연ㆍ이정아 기자]새누리당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여겨졌던 강남 아줌마들이 심상치 않다. 세월호 사고를 통해 평화로운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들은 가족의 안위와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다면 더이상 ‘기호 1번’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JTBC가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9~12일 서울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 ±3.0%)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원순 후보는 서초ㆍ 강남ㆍ 송파ㆍ 강동 지역에서 새누리당의 정몽준 후보를 17.7%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16일 실시된 2차 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 차이로 정 후보가 역전했다. 하지만 2010년 6ㆍ2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에게 몰표를 몰아주며 여권의 최후 보루임을 증명했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최근 이 지역의 변화는 30~40대의 젊은 엄마들이 주도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거주하는 의사 서수민(44ㆍ여) 씨는 그동안 선거에서 별다른 거부감 없이 ‘기호 1번’에 한 표를 던졌지만 이번만큼은 박원순 후보를 지지한다는 생각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는 두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와 여당의 무능함은 참을 수 없었다”며 “새누리당을 각성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번엔 다른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초구 반포동의 주부 최민주(46ㆍ여) 씨도 “정 후보가 이름은 더 알려진 인물이지만 세월호 참사 사고 수습에 미숙했던 새누리당의 후보를 찍을 수가 없다”고 전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이번 참사에 분노한 ‘앵그리맘’들은 이 지역 유권자 중 22~23%를 차지해 서울시 전체에 비해 2%포인트 정도 많다. 이들이 속한 30~40대의 지방선거 관심도도 4년 전에 비해 6.1~11.9%포인트 높아졌다. 바로 이같은 사실이 이들의 선택에 이목을 집중하는 이유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여성들은 이슈에 따라 쉽게 마음을 바꾸진 않지만 한번 변하면 그 영향력은 크다”며 “이들이 최종 결과를 결정짓는 ‘스윙보터(결정적 부동층)’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한 양 후보들도 이 지역을 주목하고 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현재 강남지역이 의외로 열세를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이곳의 40대 중년 여성들은 전통적인 여당 지지층이니 분위기가 바뀌지 않겠냐”며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반면 박 후보 측은 “지지가 예전과 다르게 지역에 관계없이 고르게 나오고 있다”며 고무된 분위기를 숨기지 않았다.

강남의 ‘변심’을 이끈 것은 비단 세월호 참사 만이 아니다. 반포동에 거주하는 주부 A(59)씨는 “내 집값은 내가 지켜야지 정부에 의존하는 시대는 갔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당 후보들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사용해 온 ‘개발공약’이 강남에서만큼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대표는 “정 후보가 내놓은 용산 등 강북 지역 재개발 공약은 이미 개발이 끝난 강남 주민들에겐 별 구미가 당기지 않는 이슈”라며 “오히려 박 후보가 시스템에 기반해 안정적으로 시정을 이끌어 온 점이 이들에게 어필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강남이 완전히 야권으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대표는 “시간이 흐를수록 여권 지지자들이 결집 효과를 나타낼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들 지역을 끌어안기 위해 누가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 측은 “시대의 흐름이 토건 개발에서 시민들의 일상을 챙기는 쪽으로 바뀌었다”면서 “지난 20일 발표한 여성 안심귀가 서비스 확충이나 스쿨존 내 교통사고 제로 등 안전 공약을 중점으로 사람 중심의 정책을 밀고 나가면 강남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 후보 측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선 그 동안의 난맥상에 대해 일일이 찾아뵙고 충분히 사죄드리는 밖에 없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정 캠프 측은 조만간 생활 안전과 관련된 공약을 추가로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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