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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영원한 우리의 캡틴 박, 웃으며 안녕
“프로 정신, 충성심 그리고 결단력에서 너만큼 신뢰할 수 있었던 선수는 없었단다. 영어에 그렇게 빨리 적응하는 걸 보면 네 의지와 열정이 축구 뿐 아니라 삶 자체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손자는 가장 좋아했던 선수인 널 다른 팀으로 보낸 이후로 아직도 나에게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지성아, 난 언제까지 너를 내 선수 중 하나로 여길 것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더없이 성실하고 축구 외의 삶에도 열정적이었던 선수.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편지글처럼 그는 특유의 성실함으로 자신의 약점과 한계를 뛰어넘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단 한 줌의 미련도 남지 않은 듯 환한 웃음으로 마지막 작별을 고했다.

‘영원한 캡틴’ 박지성(33)이 그라운드를 떠난다. 1990년 수원 세류초 4학년 때 처음 공을 찬 이후 꼭 24년 만이다. 박지성은 14일 수원 박지성축구센터에서 “오늘은 제가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다는 것을 전하게 됐다. 무릎 상태가 다음 시즌을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은퇴를 공식선언했다. 

‘두 개의 심장’ ‘세 개의 폐를 가진 선수’로 불리며 유럽 빅리그의 중심을 거침없이 내달린 박지성은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10여년 간 대한민국 축구의 가장 큰 축복이며 기쁨이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한국선수 첫 득점, 한국인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상 2005년), 아시아 선수 첫 프리미어리그 우승(2007년), 아시아 선수 첫 UEFA 챔피언스리스 우승(2008년), 아시아 선수 첫 월드컵 3회 연속 득점 등 화려한 발자취를 남겼다.

박지성의 길이 더욱 빛났던 이유는 오롯이 노력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왜소한 체구에 평발의 핸디캡을 가진 그를 눈여겨보는 이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갈고 닦았던 체력과 활동량으로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은퇴 발표 직후 홈페이지를 통해 “아시아에서 최고의 커리어와 선구자적인 활약을 펼친 박지성이 그라운드를 떠났다”고 했고 유럽리그의 처음과 마지막 소속팀으로 남은 PSV에인트호번은 홈페이지 첫 화면을 박지성 사진이 담긴 헌정 화면으로 꾸몄다.

박지성은 향후 계획에 대해 “지도자나 해설가는 할 생각이 없다. 행정가를 꿈꾸는 것은 사실이다”며 “어떤 식으로든 한국 스포츠에 도움 되는 일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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