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정부 규제 보완기구에서 ‘민관 유착’ 핵심고리로 전락한 자율규제기관
[헤럴드경제 = 하남현기자] 자율규제기관이 ‘관피아(官+마피아)’의 은신처로 전락했다. 당초 과도한 정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안전검사, 인증 등을 대행하는 자율규제 기관에 공직자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민관유착에 따른 각종 병폐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율규제의 긍정적인 측면을 살리되 인적 유착의 고리를 끊는 특단의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3일 각 부처와 산하단체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일정 수준의 감독권과 규제권한을 인가받은 각종 산하단체에 퇴직 공무원들이 요소요소에 포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세월호 사태를 통해 부실 검사 행태가 드러났던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국선급은 정부로부터 선박검사 권한을 부여받았으며 한국해운조합은 해양수산부의 선박 안전 감독 권한을 위탁받아 수행해왔다.

한국선급의 경우 12명의 역대 회장중 8명이, 한국해운조합은 그간 이사장을 거친 12명 중 10명이 해양수산부 고위관료 출신이다. 이사장이나 주요 임원 자리를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거의 독식하면서 사실상 해수부의 관리 감독 기능까지 무력화했다.

참사를 통해 자율규제기관 속 해피아의 실태가 드러났지만 다른 부처 소관 기관 역시 상황은 매한가지다.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인증을 담당한 기관 10개 중 9개 기관장이 모두 퇴직 공무원 출신이다. 제품 출시에 필수적인 인증 권한을 관피아들이 장악한 셈이다.

주택ㆍ건설 분야에서는 대한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 한국주택협회 등 주요 보직에 국토교통부 퇴직 공무원들이 앉아 있다. 대한건설협회가 등록기준 충족 조사 권한을 가지고 있는 등 이들 기관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이밖에 소방, 식품 등 자율규제 권한을 가진 민간단체에는 여지없이 퇴직 공무원들이 도사리고 있다.

퇴직 공무원들이 숨은 권력기관이나 다름없는 산하기관에 자리하며 민관유착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사이 꼭 실행돼야할 규제들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정부 산하협회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 방안 착수에 나섰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공무원들에게 규제를 없애라고 하면 부처에 있는 규제를 산하 협회로 내려보내는 행태를 보인다”며 “규제 권한을 가진 협회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재홍 산업부 1차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법에 의해서 부처의 권한이 민간쪽으로 위탁된 부분이 있는데, 특히 안전과 관련해 잘못된 점이 없는지 준감사 차원에서 내용을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관피아 낙하산 고리를 차단해 자율규제기관 본연의 기능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출연연구기관 연구위원은 “규제를 행하던 관료가 민간협회 직무를 경험하며 피규제를 받는 입장을 접하면 아무래도 규제가 더 합리적으로 바뀔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하지만 유착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 만큼 인사권의 일정 부분을 통제하는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이번 기회에 가장 혁신해야 할 부분이 인적 문제”라며 “유착의 고리를 끊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airins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