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7일 헤럴드경제가 여론조사기관 두잇서베이와 함께 전국 16세~19세 남녀 청소년 100명을 대상으로 ‘세월호 침몰에 대한 청소년의 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향후 한국사회를 짊어질 10대 후반 청소년 10명 중 7명(69%)은 “세월호급 사고가 또 다시 발생해도 어른들은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월호 사고 수습 과정에서 가장 잘못한 집단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8% 가량은 일반 승객행세를 하며 도망쳐버린 ‘선장과 승무원들’이라고 답했다. 해양수산부, 해경 등 재난대처 당국(10%)과 대통령(11%)의 잘못이라는 답도 적지 않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의 대책은 적절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다’(56%), ‘별로 그렇지 않다’(26%)고 대답, 전체의 82%가 사고 이후 정부 대응이 부실했음을 지적했다. 정부의 대응책이 적절했다는 답은 8%에 불과했다.
청소년들은 정부의 향후 재난 대책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월호 사건 이후에 또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때는 신속하게 정부가 대처에 나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별로 그렇지 않다’(48%), ‘전혀 그렇지 않다’(21%)고 응답, 전체의 69%가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매우 그렇다’는 답은 3%로, 극소수였다.
실제로 지난 6일 서울광장에서 만난 서울 A고등학교 김나연(18ㆍ여) 양은 “올해초 경주 리조트 붕괴 때도 그랬고, 지난해 해병대 캠프 때도 정부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벌써 몇번째인가”라며 “정부와 공무원들은 이 구조적 문제를 타파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문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은 청소년들의 ‘떠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43%(매우 그렇다 17%ㆍ약간 그렇다 26%)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편 또래 친구들을 잃었다는 상실감은 집단적 트라우마로 직간접적으로 연결되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이 요구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단원고 학생들의 일이 내 일처럼 느껴지고 우울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매우 그렇다 39%ㆍ약간 그렇다 41%)가 80%로, 집단적인 우울현상으로 이어질 경향을 보였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희생자들이 또래 아이들이다 보니까 사회와 기성세대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과 분노가 상당할 것”이라며 “사고를 직접적으로 당한 가족들과 친구들의 아픔도 중요하지만 간접 경험을 통해 집단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의 아픔도 중요한만큼 가정에서 정보를 과도하게 접하는 것을 자제시킬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인터넷 사용자를 통한 자발적 참여를 통해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9.80% 포인트다.
gyelove@heraldcorp.com
▶세월호 관련 청소년 설문 (대상 100명, 헤럴드경제-두잇서베이 공동)
1. 세월호 수습과정에서 가장 잘못한 집단은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대통령 11% 11명
정부기관(해양수산부, 해경 등) 10% 10명
선박회사와 한국선급 8% 8명
선장과 승무원 68% 68명
언론 3% 3명
2.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의 대책은 적절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매우 그렇다 2% 2명
약간 그렇다 6% 6명
보통이다 10% 10명
별로그렇지 않다 26% 26명
전혀 그렇지 않다 56% 56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