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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년 전 바닥친 ‘선가(船價)’에 발목 잡힌 조선업계
-2012년 울며 겨자먹기 ‘저가수주’ 선박 건조…“올해까지 영향”
-수익성 악화 직격탄…현대중공업 1Q 영업손실 1889억원
-해양플랜트 저가수주도 예외 없어…삼성중공업 ‘어닝쇼크’ 주범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2년 전 ‘저가 수주’의 악몽이 결국 현실이 됐다. 2012년 선박 가격이 바닥을 쳤을 당시 수주했던 선박이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가면서 조선소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저가수주의 악몽은 상선 건조뿐이 아니다. 해양플랜트 시장도 진입 초기라는 이유 때문에 다소 낮은 가격에 수주를 했지만 상선과 비교해 공정이 복잡해 실질적 손실은 더 큰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1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하며 이미 그 피해를 드러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1~3월)에 188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해 4분기 871억원 손실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다. 지난 해 연간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등 나쁘지 않은 수주 성과를 거뒀지만 실제 실적은 예상을 밑돌았다.

가장 큰 원인은 현재 건조 중인 선박의 가격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수주한 물량인 탓에 열심히 건조해도 뽑아낼 수 있는 수익이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금 건조되고 있는 선박들은 대부분 2012년~2013년 초에 수주한 물량들이다. 2012년은 글로벌 ‘선가(船價)’가 바닥을 찍었던 때다.

영국 조선ㆍ해운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국제 선박 가격 지수는 지난 2006년부터 2012년까지 하락곡선을 그렸다. 슈퍼호황기였던 2007년 선가지수는 185.1이었지만 이후 177.7(2008년)→138(2009년)→142.4(2010년)→139(2011년)→126.3(2012년)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수주 시점을 기준으로 건조가 이뤄지는기까지 대략 2년 정도가 걸린다고 본다. 2012년 수주 물량이 올 해까지는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해양플랜트도 예외는 아니다. 상선에 비해 계약 규모 자체가 크다보니 겉으로 볼 때는 수익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하기 쉽지만, 사실 하나의 설계로 복수의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상선과 달리 해양플랜트는 프로젝트 별로 맞춤 설계가 필요하다. 내부 기자재도 대부분 수입이며 이마저도 선주가 지정한 제품을 사용해야 돼 조선사가 자체적으로 가격을 고려하기 어렵다. 설계 변경 요청도 상선에 비해 많다보니 제작 과정에서 추가 경비도 많이 발생한다.
삼성중공업이 1분기에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주요 원인도 해양플랜트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은 1분기 영업손실 36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의 4402억원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회사 측은 현재 진행 중인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Ichthys CPF)와 나이지리아 에지나(Egina) FPSO 프로젝트에서 사양 변경에 따른 비용 및 현지 생산 비용 증가로 손실이 예상돼 약 5000억원의 공사손실 충당금을 반영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추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원가 대비 어느정도의 손실이 발생할 지 우려의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김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 요인이 완전히 해소됐는지는 미지수다. 해양생산설비의 공기지연이나 현지작업에서 손실 가능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선업계에서는 당장은 고통 감내가 필요하지만 업황 회복에 따른 선가 상승으로 수익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주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조선 경기가 회복되며 선가도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점진적으로 수익성이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제 선가지수는 136.8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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