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비뚤어진 역사관이 다시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 아베 총리는 최근 독일 유력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2차 세계대전 후 과거사 극복을 위해 독일이 걸어온 길을 따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은 주변 국가들과 타협해 평화협정을 맺고, 부유하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을 개발협력 형태로 지원해 배상문제를 해결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참으로 해괴한 논리이며 명백한 책임 회피다.
아베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의 침략주의로 피해 입은 나라에 한번도 진정성있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 지난 달에는 야스쿠니신사에 공물을 봉납하면서 각료들을 대신 보내 참배케 했다. 일본의 패전을 확인한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기념일(4월28일)에도 내각의 참배가 있었다. 야스쿠니 참배 국회의원이 작년 봄 168명이었고 올해도 147명에 달했다. 오죽 했으면 일본 전문가인 제럴드 커티스 콜롬비아대 교수마저 “야스쿠니는 전쟁에 대한 일본의 ‘국가적 기억상실’로 인해 국수주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비판했을까.
과거사 반성은 커녕 일본은 요즘 드러내놓고 군국주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이미 올해 2.8%나 국방비를 증액했다. 중기 방위 프로그램 하에 향후 5년 간 꾸준한 군비증액이 예상된다. 최근에는 오바마로 부터 집단 자위권까지 허락받아 ‘안보’를 미끼로 한 주변국 파병 근거까지 확보했다. 문제는 정작 일본 내에서 아베의 군국주의화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쿄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집단 자위권 관련 헌법해석 변경 방침에 국민들의 50%가 반대했다. 찬성은 34%에 그쳤다.
일본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경제회복’과 ‘안전’이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아베노믹스의 성과는 너무 초라하다. 유래없는 엔低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 행진을 막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재정부양은 효과가 바닥났고 소비세 인상으로 국민들은 멍들고 있다. 국민의 60% 이상이 반대하는 원전 재가동을 밀어붙이는 등 내치(內治)에 심각한 파열음까지 들린다.
진정한 사과와 보상, 화해를 실천한 독일식 해법은 전후 피해보상에 있어 최선의 공통규준이다. 이를 외면하는 막무가내 아베 정부를 제어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 과거사에 대한 보다 강경한 원칙을 전달해야 한다. 파트너십이 복원되기 까지는 당분간 거리를 두는 외교가 불가피하다. 그리고 최근 오바마의 위안부 문제 질타와 같이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해 일본을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 한·일 관계의 정상화 여부는 전적으로 아베 총리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