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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ㆍ쿠바처럼…서방에 부는 ‘정치 세습’ 바람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미국에서는 귀족 신분을 인정하지 않는다”(미국 헌법 제1장 9조 8항)

미국 헌법은 신분과 정치 세습의 철폐를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 정가엔 대를 잇는 정치인들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치세습 바람은 영국과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 각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쿠바, 인도, 태국, 중동 등 정치 후진국에서도 있을 법한 ‘권력 대물림’ 현상이 서방권에 확산될 경우 자칫 대중이 정치를 외면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치 명가는 케네디가다. 최근엔 부시와 클린턴 가문이 정치에 속속 참여하며 그 바톤을 이어받았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와 아들 유언. [사진=헬로매거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아들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동생이기도 한 젭 부시는 2016 미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역시 민주당 후보로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대권에 도전하고 있다. 부부의 외동딸인 첼시도 정치활동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백악관 라인업이 부시-클린턴-부시-오바마-클린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뿐만이 아니다. 영국은 2015년 총선을 앞두고 ‘레드 프린스’들의 정계 데뷔를 앞두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아들 유안 블레어는 최근 노동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레어가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구는 영국 북서부 항구도시 부틀이다.

영국 정치 명가인 키녹 가문의 스티븐 키녹도 사우스웨일스 에버라본의 노동당 후보로 정계에 진출할 예정이다. 그의 아내는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로 1996년 결혼했다. 아버지는 노동당 당수를 지내고 유럽의회 부의장까지 역임한 닐 키녹이며 어머니 글레니스도 유럽의회 의원으로 활동했다.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45ㆍ왼쪽)와 그녀의 남편인 스티븐 키녹 전 영국 노동당 대표의 아들.

이밖에 토니 블레어 총리 시절 부총리를 지낸 존 프레스콧 경의 아들 데이빗 프레스콧과 잭 스트로 전 외무장관의 아들 윌 스트로도 이번 총선에 출마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드골 가문에 이어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아들 장 사르코지가 아버지가 이끌었던 대중운동연합(UMP)에서 정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까지 9년 동안 총리자리를 지킨 옌스 스톨텐베르그의 스톨텐베르그 가문도 스웨덴 국방부 장관, 외무부 장관, 에너지무역부 장관 등을 다수 배출하며 스웨덴의 정치 명가로 자리잡았다.

데이빗 캐머런 전 영국 총리 시절 교육부 장관을 지냈던 리즈 트루스는 이같은 엘리트 가문의 정치 세습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트루스는 “동일한 가문에서 정치인을 배출하고 있으며 이들은 정치에 항상 관여해왔고 관여하고 있는 인물들”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하원 의회의 조사에서는 650명의 의원 중 57명이 전직 의원 혹은 다른 의원들과 연관된 인물로 나타났다. 이가운데는 6쌍의 부부가 있었고, 아버지가 의원이었던 사람은 21명, 자녀와 함께 의원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도 3쌍에 달했다.

보수당의 버나드 젠킨 의원은 다수의 정치인들이 가문의 일을 따르는 것에 대해 놀랍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이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고 인정했다고 FT는 전했다. 그의 아버지 패트릭 젠킨은 보수당에서 장관직을 역임한 인물이다.

젠킨 의원은 “웨스트민스터 서클이 정치를 독점한다는 부분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라며 “정치가 대중들의 삶과 점차 멀어져간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서방 국가들의 정치 엘리트 가문의 출현이 가능했던 것은 클린턴, 부시 가문처럼 정치적 연관성이 있고 많은 재정적 지원 등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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