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국내 100대 기업 가운데 20여곳은 입사자원자에게 부모의 학력을 묻는 등 불필요한 스펙을 요구하고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80군데 이상은 지원자의 출신고교를 요구하고,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성이 있음에도 주민등록번호를 지원서에 기재토록 해놓은 기업도 40% 이상인 걸로 조사됐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는 16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우리나라 100대기업 입사지원서에 반영된 스펙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김경수(22ㆍ인하대)씨 등 ‘청년위 2030 정책참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4명이 지난 2월부터 스펙조사팀을 꾸려 진행한 것이다. 분석 대상 기업은 100대 기업ㆍ주요 계열사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올 상반기까지 채용을 진행한 95개다.
조사에 따르면 95개 기업 중 17.9%가 지원자의 본적지를 밝힐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전체의 38.9%는 가족관계를, 27.4%는 가족과의 동거여부를 물었다. 특히 가족관계 사항에선 20개(21.1%) 기업이 가족의 학력을, 30개(31.6%)기업이 가족의 직업(직장명, 직위 포함)을 지원서에 서술할 것을 요구했다.
학력ㆍ외국어 성적ㆍ자격증ㆍ병역사항 등은 90% 이상의 기업이 지원서에 기재토록 했고, 사진을 요구하는 기업도 70%가 넘는 걸로 나타났다.
아울러 87.6%에 달하는 기업들은 지원자들의 출신 고교를 요구했으며, 대학 편입 여부를 묻는 기업도 28.4%에 달하는 걸로 나타났다.
조사를 진행한 스펙조사팀은 “고등학교 학력정보는 개인의 전문성 보다 출신배경을 더 따지기 위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입사지원서에서 삭제하거나 고졸여부 정도만 묻고, 편입이나 휴학정보를 요구할 경우에는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함께 줄 것”을 요구했다.
이어 “부모의 학력이나 직장 및 직위를 요구하는 것은, 아직까지 가족의 학연이나 직위를 취업요건으로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킨다며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민우 청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4월 3일 10대 그룹 인사담당 임원과의 간담회에서도 외국어 능력, 외모 기준 등이 과연 어느 정도 필요한지, 개선방안은 없는지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었는데, 오늘 발표하는 보고서의 고민의 내용이나 제시된 개선방안이 스펙중심의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며 “청년들이 가급적 오버 스펙을 쌓지 않도록 대기업들이 솔선수범해서 인사채용 방식을 적극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