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이 몰린 것 같은, 무채색의 안개가 자욱한 느낌의 추상이다. 한 발 떨어져 보니 그 구름같은 형상위로 ‘매’가 보인다. 고개를 뒤로 돌린 매는 날카로운 부리로 깃털을 정리하는 것일까 아니면 예리한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것일까.
세로 3 미터, 가로 5 미터에 이르는 대작이라 형상이 한 눈에 들어오진 않는다. 하지만 화면 전체를 채운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기운에 관람객은 발걸음을 쉬이 떼지 못한다. 중국현대추상미술의 1세대로 꼽히는 장팡바이(52)의 작품이다. “작품의 완성이란 그림을 다 그렸을 때가 아니라 그림에 담고자 하는 ‘기(氣)’가 응집 됐을 때”라고 설명하는 작가의 말은 중국추상이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준다. 겉으로는 서양의 그것과 비슷하나 깊이는 완전히 다르다. 서초동 더페이지 갤러리 ‘평면과 심도’전. 5월 24일까지.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