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는 캡틴(크리스 에반스 분)이 소속된 쉴드(S.H.I.E.L.D - Strategic Homeland Intervention, Enforcement and Logistics Division)가 뚫리는 혼란 속에서 갈등이 고조됩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하늘을 날고 초능력을 발휘하는 신적인 능력을 갖춘 여느 히어로(hero)와 달리, 인간적인 육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히어로입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단순한 평화가 억압과 독재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평화는 자유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방패를 든 캡틴이 자유가 전제된 지구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옛 동료에서 윈터 솔져로 돌아온 제임스 버키 반스(세바스찬 스탠 분)와 싸우는 것이 폭행죄, 상해죄, 살인미수죄 등에 해당할까요?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상해죄는 사람에게 통상 전치 2주 이상의 상처를 입힌 경우에 성립합니다. 살인 미수죄는 사람을 살해하려고 하다가 살해하지 못한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캡틴이 자신의 옛 동료였던 원터 솔져와 싸우는 것은 그를 구하기 위한 것이므로 살인 미수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캡틴이 자신의 상징인 방패로 윈터 솔져를 공격하기 때문에, 방패는 멋있기는 하지만 위험한 물건으로 볼 수 있어, 특수 폭행죄 성립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캡틴의 윈터 솔져와의 격투는 그의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지구의 평화를 지키려는 캡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행위이므로, 정당방위로 위법성이 조각돼 특수 폭행죄나 상해죄는 성립하지 않을 것입니다. 실제에서는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영화 ‘캡틴 아메리카’의 세계 질서는 미국이 지킨다는 미국 중심의 세계관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캡틴이 소속된 쉴드가 뚫려 어느 누구도 믿기 어려운 불신의 혼란 속에서, 캡틴이 왜 히어로인지를 보여줍니다. 캡틴의 초월적 능력은 초능력이 아니라 정직이라는 도덕성입니다.
캡틴 아메리카는 자신이 소속된 쉴드의 책임자(로버트 레드포드 분)에게 적으로 지목되지만, 캡틴은 정직으로 쌓아온 신뢰로 쉴드 직원들의 지지를 이끌어 냅니다. 우리는 칭찬이 인플레이션(inflation)된 가면 사회 속에서 정직이라는 도덕성은 어느덧 초능력이 돼 버린 씁쓸한 현실에 살고 있습니다.
정직이 인간의 당연한 덕목이라는 것은 초등학생들도 아는 것이지만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는 속담 뒤에 숨어 버린 가식의 지도자들을 생각하면 씁쓸합니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목숨을 거는 캡틴의 삶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다만 정직이라는 신념을 지키고자 신념을 통해서 달성하려는 것을 망각하고, 정작 정직이라는 단어의 노예가 되질 않길 바라며, 유연하지만 강인한 도덕성 갖춘 세련된 아름다운 리더를 소망해봅니다.
개인적으로 UFC의 팬으로서, 전(前) UFC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의 등장이 반가웠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바로 나오시지 마시고, 자막 뒤에 2개의 쿠키 영상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