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유출 사고 발빠른 사태수습 행보 피해 확산방지 · 여론 달래기 등 과제로

에쓰오일의 나세르 알 마하셔 CEO가 울산 온산공장 기름유출 사고로 첫 시험대에 올랐다.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사우디 아람코 출신인 나세르 CEO는 2012년 취임 후 큰 탈 없이 회사를 운영해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GS칼텍스의 원유유출 사고, 코오롱그룹의 리조트 붕괴 등 굵직한 재해사고가 잇따르면서, 그의 위기관리 능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나세르 CEO는 지난 6일 오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뜻밖의 사고로 국민과 지역주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CEO 본인이 수습 경과와 현재 상황을 공개적으로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고 말했다.

나세르 CEO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저장탱크 안에 남아있는 원유는 4만6000배럴, 방유벽 내부에 갇혀 있는 기름은 13만7000배럴, 주변 저장시설로 이송된 원유량은 38만7000배럴이다. 에쓰오일의 온산공장 원유유출은 이날 밤 9시께 완전히 멈췄다.

앞서 나세르 CEO는 4일 밤 온산공장에 도착해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72만배럴 규모의 원유탱크에서 기름이 유출됐으나,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세운 3m높이의 방유벽 안으로 기름이 모여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은 적다는 보고를 받은 후였다. 그는 “이제 기름이 탱크 밖으로 나와도 우리가 다 통제할 수 있다. 허둥대지 말고 침착하고 안전하게 작업해야 2차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현장 임직원들에게 지시했다.

나세르 CEO는 현장에서 안전담당자와 사고수습담당자를 명확하게 구분했다. 또 현장에 꼭 필요한 사람만 남아있게 하고, 나머지 임직원들은 담당 영역으로 가서 정상적인 공장 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지시했다. 회사 관계자는 “모든 공장이 사고 영향을 받지 않고 정상가동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기름유출 사고를 위한 피해 확산 방지,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과 사후 대책 수립 등이 나세르 CEO의 숙제로 남아있다. 이전 산업계 재해 사고의 전례에서 보듯이, 이번 사고로 인해 악화된 지역 여론을 달래는 일도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김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