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한지숙 기자]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전세계 음악을 언제 어디서든 들을 수 있는 시대지만, 불과 20년전만해도 휴대전화에서 음악이란 ‘벨소리’를 의미했다. 그것도 화성이 없는 단순한 기계음 몇마디에 불과했다.
휴대전화 벨소리계의 메가히트 셀러 ‘노키아 대왈츠(Grand Vals)’가 올해로 탄생 20주년을 맞았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지난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노키아 휴대전화에 기본 벨소리로 장착돼 있는 ‘노키아 대왈츠’는 전성기 때 하루 20억회 즉, 1초에 2만번 재생되며 큰 인기를 누렸다.
핀란드 기업 노키아의 대왈츠는 영국 뮤지션 토마스 돌비(55)가 스페인 원곡의 단 4마디만을 따다 만든 것이다. 원곡은 스페인 클래식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가 1902년 작곡한 솔로 기타 모음집 곡 중 대왈츠(Gran Vals)다.
1990년대 초반 캘리포니아에서 가상 신디사이저 소프트웨어 개발사 ‘비트닉’을 설립한 돌비는 노키아와 계약해 노키아 최초 벨소리인 이 곡을 만들어냈다.
돌비는 좀 더 현대적인 음악 가운데 작곡가가 이미 사망해 저작권료가 무료인 곡들 가운데서이 곡을 골랐다. 이 곡은 처음에는 1990년대 초 노키아의 TV광고에 처음 쓰였으며, 이후 1994년 출시된 ‘노키아 2110’ 모델부터 기본 벨소리로 장착됐다.
돌비는 “노키아가 일본 휴대전화 회사들이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마이크로칩을 장착해 출시한다는 걸 알아채고 내게 찾아왔다”며 “우리의 신시사이저를 휴대전화에서 구동시키고자, 헬싱키로 엔지니어들을 보내줄 수 있는 지를 물어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돌비는 그러면서 “만일 노키아와 계약하지 않았다면 1990년대 초반 다른 닷컴기업들처럼 비트닉도 연기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라며, “음악 벨소리는 당시로선 정말 영리한 혁명이었다”고 자부했다.
이후 거의 20년 동안 돌비가 만든 대왈츠 편곡은 노키아 휴대전화의 상징적인 벨소리가 됐다. 돌비는 이 벨소리의 성공 원인으로 원곡의 매력에 더해 “사용자의 게으름”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많은 사람들이 기본음으로 설정된 벨소리를 바꾸기 귀찮아한다는 분석이다. 돌비는 “테트리스를 많은 사람들이 즐기듯, 사람들은 이 벨소리에 향수를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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