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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러 가스 중독은 끊기 어려워”…대체불가
‘러시아 천연가스는 마약?’

유럽이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하지만 이를 낮출 대안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 스스로 러시아 에너지 수입의 젖을 떼야한다. 크렘린은 이를 정치 무기로 활용하는 것을 그만둬야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 발언이 나온 다음날인 3일 러시아는 여보란듯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가를 80% 이상 올렸고,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통화인 흐리브냐는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유럽 대륙이 러시아 가스에 위험하게 중독됐다. 끊으려면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도중독을 끊는 일은 ‘헤라클레스 일(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일)’이라고 비유했다.

[그래프 =FT]

실제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지난해 유럽에 수출한 천연가스는 1550억㎡로, 유럽 전체 수요의 31%에 달했다. FT에 따르면 핀란드, 발트3국, 체코, 불가리아가 지난해 수입한 가스는 100% 러시아산이었다. 폴란드 80%, 슬로바키아 99.5%, 오스트리아 71%, 그리스 59.5% 등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인접한 국가들의 러시아산 의존도가 높았다.

이를 낮출 수 있을까. 번스타인연구소는 유럽이 150억㎥의 주거용 및 산업용 가스 수요를 줄일 경우, 2150억달러 추가 투자가 필요하고, 에너지 비용이 370억달러 상승하며, 결국 1인당 160달러씩 가격인상이 초래된다고 추산했다.

이론 상으로 러시아산 대체재는 풍부하다. 영국 석유회사 BP 컨소시엄이 개발하고 있는 카스피해 가스전, 카타르와 나이지리아의 액화천연가스(LNG), 영국의 쉐일가스층 개발, 길게는 재생에너지까지 있다. 에너지 자문회사 우드 맥켄지의 마시모디 오도라도는 “2018~2020년에 유럽 수요자들에게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LNG는 대안이 되지 못할 것으로 FT는 분석했다. 유럽에도 20개의 LNG 저장플랜트가 있어 연 1980억㎡를 수입능력을 갖추고 있고, 연 300억㎡ 규모로 추가 증설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LNG 가격이 오르면서, 유럽의 LNG 수입은 최근 급감했다. 영국 BG그룹에 따르면 작년 유럽의 LNG 순수입은 480억㎡으로 2014년 이래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오도라도는 “전세계 LNG 생산이 1500억㎡ 증가가 예상되지만, 아시아 수요도 다 충당하지 못할 것”이라며 가격 하락 가능성을 낮게 봤다. 유럽 에너지 구원자로 떠오르는 미국은 어떨까. 미국은 LNG 수출터미널을 건설 중으로, 완공까지 1년 이상 소요되고, 완공된 뒤에도 대부분 물량을 아시아로 수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쉐일가스 개발에 소극적이다. 프랑스와 불가리아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그나마 적극적이던 폴란드에선 60개 탐사지대에서 생산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보다 시급한 문제는 유럽 시장을 묶어 에너지 안보를 높이는 일이라고 FT는 지적했다. 예컨대 국경을 넘는 가스공급망을 건설해, 가스를 북에서 남으로 전달함으로써, 북부 폴란드와 리투아니아가 남쪽에 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가스 대신 디젤(경유) 사용하기, 난방용 가스 소비 줄이기 등 조치가 있을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만 늘릴 뿐이다.

유럽은 게다가 법적으로도 러시아에 묶여있다. 번스타인에 따르면 가스프롬은 유럽과 약 1200억㎡ 규모로 ‘의무인수계약’을 맺고 있다. 이는 2020년 까지 유효하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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