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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국회는 벚꽃절정, 의원들은 막말절정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올 들어 유난히 화심(花心)이 급했던 덕에 여의도 국회는 4월이 되기 전부터 상춘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국회 안팎으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며 절정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국회 주변 차도까지 가족과 연인들의 발길로 넘쳐 나고 있다. 때문에 ‘윤중로축제’ 개막 시기도 13일에서 3일로 열흘이나 앞당겨졌다.

봄을 만끽하는 것은 외부 손님만이 아니다. 국회 직원들이 잔디밭 곳곳에 돗자리를 펼쳐놓고 삼삼오오 도시락을 먹는 풍경이나 점심식사 후 사무실 들어가기 전 벚꽃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모습 등이 쉽게 목격된다. 이를 보고 있으면 이곳이 논쟁이 끊이질 않는 국회가 맞는지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국회의원 덕분에 이 착각이 보기 좋게 깨지고 말았다. 4월 국회가 열리면서 제1야당 대표의 교섭단체연설이 있었던 지난 2일,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 대표는 “왜 대선 공약 폐기를 여당의 원내대표께서 대신 사과하시는지요. 충정이십니까, 월권이십니까”라고 했다. 전날 연설자로 나선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를 향한 발언이었다.

그러자 본회의장에 앉아 있던 최 원내대표는 육성으로 “너나 잘해”라고 맞받아쳤다. 그 뒤에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안 대표에게 “새 정치 내용이 없잖아”, “그딴 얘기할 거면 내려와”라고 반말 섞인 야유를 퍼부었다. 이날은 초선에 무소속 출신이던 의원이 130석을 거느린 새정치연합 공동 대표로 올라선 뒤 국회연설 데뷔전을 치르는 날이었다. 새누리당의 “하룻강아지가 범에게 달려드는 무모함과 다를 바 없다”는 논평처럼 여당 의원들의 눈에는 야당 대표가 ‘하룻강아지’였던 셈이다.

새정치연합 의원들도 “2년 뒤에 두고 보자”, “조용히 해라” 등으로 맞서며 장내에 한바탕 고성이 오갔다. 같은 시간 봄을 즐겼던 이들과 달리 의원 사이에선 여전히 찬바람만 불었다. 한 마디로 국회 안은 ‘춘래불사춘’이었다.

마침 의원들의 막말 설전을 생중계로 지켜본 손님들이 있었다. 바로 초등학생들이다. 이날 국회를 참관한 초등학생들은 286명. 3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에게 의원들은 국회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10년 전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생 72%가 ‘장래에 국회의원이 되기 싫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10년 후인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명백한 모욕의 경우 의원 면책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헌법개정안이 연구 중이다.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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