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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노믹스發 골드러시…日 소비세 인상 전 ‘사자’ 열풍…아베노믹스 좌초 대비용
일본에서 때아닌 ‘골드러시’가 일고 있다. 국제 금값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내달 소비세 인상(5→8%)을 앞두고 세율차를 이용한 단기 투자용과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기부양책) 실패에 대비한 가치 저장용으로 유례없는 각광을 받고 있다.

파이내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아베노믹스가 골드러시에 불을 당겼다”면서 “엔저를 핵심으로 한 급진적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인플레이션 헤지수단으로서의 금 매수를 촉진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일본의 최대 귀금속업체인 다나카 귀금속의 이번 달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00%이상 급상승했다. 소비세 인상 전에 금을 사두려는 쇼핑객이 몰리면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소비세가 5%일 때 금을 사서 8%로 오른 후 팔면 3%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연일 문전성시인 도쿄의 명품거리 긴자 본점은 26일 매장에 들어가기 위한 대기 시간만 3시간에 달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은 개당 230만엔(약 2400만원)하는 500g짜리 골드바. 일본에서는 금 매매에 신용카드나 수표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매장 안에서는 검은 가방에서 두둑한 돈다발이 오가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다나카 귀금속 측은 “1989년 3월(소비세 도입)과 1997년 3월(1차 소비세 인상)에도 증세 전 수요로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3배에 달했지만, 이번 달은 특히 더해 다나카 귀금속 120년 역사상 가장 바쁜 달”이라고 전했다.


금 상장지수펀드(ETF)도 골드 러시의 수혜를 봤다. 일본 최대 금 투자기관인 미쓰비시 UFJ 은행의 금 보유 자산은 아베 정권이 출범한 지난 2012년 12월 5.6t에서 현재 6.9t로 뛰었다. 같은 기간 국제 금값이 약 20% 폭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국제금융 전문가 도시마 이쓰오(豊島逸夫)는 “투자자들이 금에 빠져드는 것은 단순히 소비세 인상 때문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투자자들이 아베노믹스 실패가 초래할 최악을 대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마는 “자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금이 인플레 헤지수단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만일 경제가 디플레이션으로 다시 빠져든다면, 안전자산을 찾는 돈은 금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의 금리인상 등 금값이 아직도 10%정도 하락할 위험이 있다”면서 증세 전 금 매수에 주의를 당부했다.

일본의 소비세 인상은 1997년 4월(3→5%) 이후 17년 만에 단행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245%에 달하는 국가부채를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아베 정권으로서는 이번 소비세 인상이 장기 집권의 향방을 가늠할 시금석이자 하나의 ‘도박’이다. 인상 이후 경기가 살아나면 아베 정권은 장기집권을 보장받을 수 있겠지만, 살아나지 못하면 아베 정권과 일본 경제는 동반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시장에서는 소비세 인상으로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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