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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제로’ 시대…흔들리는 국제질서
크림반도 분쟁으로 국제 질서가 ‘혼돈의 G제로(무극화)’ 시대로 급속 이동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26일 “G8체제가 종말을 맞이했다”며 “글로벌 다극화가 가속화되면서 그 질서의 근간이 표류하는 ‘G제로’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특히 “중국이 부상하면서 G8의 영향력은 이미 축소됐다”며 “러시아를 제외한 G7이 국제여론을 선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되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갈등이 ‘양극’의 신(新)냉전 회귀로 받아들여졌지만, 실상은 ‘무극(non-polar)’의 G제로 시대를 알리는 서막인 셈이다. 


▶G8G7G0=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폐막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주요 7개국(G7ㆍ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캐나다)은 러시아를 축출시킴으로써 16년만에 ‘G8’ 체제가 해체됐다.

그러나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정작 주인공은 불참한 러시아였다. 국제회의체에서 러시아가 배제됐지만 핵없는 세계는 러시아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방 중심의 ‘G7’의 리더십이 예전만 못한 상황에서, 러시아는 G20를 등에 업고 서방과 힘겨루기에 나설 태세다. 여기에 신흥강국인 중국은 G8의 균열을 틈타 세계 질서 재편을 노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G8균열은 곧 미국의 역할이 약화된 신호”라며 “헤게모니 없는 국제 질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휘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힘실리는 中ㆍ신흥국=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이웃나라에 위협을 가하는 지역 패권”이라고 격하했다.

그는 “(러시아가 이웃나라를 침공한 것은) 강함이 아닌 나약함을 드러낸 것”이라며 “러시아는 주변국에 큰 위협이지, 미국에게 제1 위협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이웃나라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관계강화를 위해 이웃나라를 침공할 필요가 없다”며 크림반도를 무력장악한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하지만, G8에서 러시아 축출이 큰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흥국 영향력이 커지면서 서방 선진국 모임인 G8보다 중국과 인도가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의 역할이 급부상한 탓이다.

5개 주요 신흥 경제국인 브릭스(BRICSㆍ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는 이번 핵안보정상회의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브릭스 국가는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반대하고 유엔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이들 국가는 성명에서 “적대적인 언사와 제재, 그리고 강압은 지속 가능하고 평화적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은 리더십 부재 틈바구니에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24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중립을 유지한 채 “대결하지 않고 다투지 않는 서로를 존중하는 윈윈관계”를 촉구했다. G8의 종말을 중국 중심의 세계질서 재편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G제로(G0)란 특정 국가나 그룹의 영향력과 헤게모니가 쇠퇴해 뚜렷한 주도세력이 없는 무극화 국제 질서를 일컫는 말이다. 위기컨설팅 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Ian Bremmer)회장이 2011년 다보스포럼(세계경제포럼ㆍ WEF)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할 국가가 없는 상태를 ‘G제로’로 표현하면서 유래했다. 브래머 회장은 당시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존에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했던 국가들이 현재 자국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서 글로벌 거버넌스를 할 여력이 없다. 또한 브릭스 국가들도 국제적 문제를 책임지려 하는 열망이 별로 없다”며 G제로 상태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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