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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유메이저 지각변동? ‘황소’와 ‘곰’ 누가 이길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창과 방패의 대결’이 후끈 달아올랐다.

세계 최대(시가총액 기준)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지출을 최대한 줄이면서 ‘현상유지’ 전략에 돌입한 반면, ‘2인자’ 셰브론은 향후 유가 상승을 기대하고 공격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 이들이 대형 메이저 간 패권 구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지 주목된다.



▶2인자의 반격=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엑슨모빌과 셰브론 간 전술 차이는 자본 지출액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난다.

셰브론은 올해부터 2016년까지 원유 탐사ㆍ생산에 연간 4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투자액 420억달러보다 다소 줄어든 것이지만, 엑슨모빌과 비교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해 투자액 425억달러를 동원했던 엑슨모빌이 올해 400억달러, 향후 3년 간(2015∼2017년) 370억달러로 투자 규모를 차츰 줄여나갈 계획이기 때문이다.

FT는 “엑슨모빌의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은 셰브론에 비해 54% 많고 시가총액은 무려 85% 차이가 난다”면서 “이들의 몸집 차이를 고려했을 때 투자 역전 현상은 놀랍다”고 지적했다.

▶좁아지는 1,2위 격차=이는 양사의 생산 목표가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지난해 엑슨모빌과 셰브론의 일일 산유량은 각각 418만배럴과 260만배럴로 엑슨모빌이 크게 앞선다.

하지만 오는 2017년이면 격차가 430만배럴과 310만배럴로 좁혀지게 된다. 이 기간 동안 셰브론이 산유량을 19% 끌어올리기로 한 데 비해, 엑슨모빌은 3% 증산하는 데 그쳐서다.

더 멀리 보게 되면 생산량 차이는 더욱 줄어든다.

셰브론이 멕시코만에서 개발 중인 유정 ‘잭앤세인트말로’와 ‘빅풋’ 2곳이 올해와 내년부터 생산 체제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호주 고르곤과 위트스톤의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도 각각 78%, 30%의 완공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엑슨모빌이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 사할린1 유정과 파푸아뉴기니 LNG 광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생산이 시작되더라도, 기존의 노후 유정에서 줄어들고 있는 생산량을 상쇄시키는 정도에 그친다.

▶‘황소’와 ‘곰’ 승자는?=이 같은 현상은 본질적으로 유가에 대한 전망 차이에서 비롯된다.

셰브론이 향후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는 ‘황소’라면, 엑슨모빌은 유가가 장기적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곰’에 가깝다.

조지 커크랜드 셰브론 부회장은 FT에 “석유는 가스와 비교하면 이미 많이 생산된 자원”이라면서도 “새로 시추하게 될 원유에는 생산비가 많이 들어가 배럴당 100달러의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셰브론의 존 원슨 최고경영자(CEO)도 원유에 대해 ‘강세장’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며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반면 엑슨모빌은 유가에 대해 보다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렉스 틸러슨 엑슨모빌 CEO는 이달 초 “투자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기회의 질과 이를 잘 활용할 우리의 역량에 온전히 달려있다”면서 앞으로 “자본 배당을 엄격히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유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무리한 투자를 하는 일을 지양하겠다는 뜻이다.

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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