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디자인 성공사례
일본의 한 기업이 열을 가하면 자동으로 풀리는 나사형 체결기술을 개발했다. 재활용 비율을 훨씬 높일 수 있었다. 환경성 측면에서는 합격점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사장됐다. 추구하는 환경 가치가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굳이 그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에 좋다는 점만으로는 소비자들을 움질일 수 없다는 얘기다. 환경을 생각한 에코디자인이지만 보기도 좋고, 쓰기도 편하고, 경제성도 있어야 한다. 사회적 이슈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보라산업의 워터리스(waterless) 소변기<사진>는 에코디자인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워터리스 소변기는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소변기 표면을 유약 처리해 잔류하는 소변량을 줄였다. 또 하수구 통로에 물을 잔류시키지 않고 배출해 악취를 막는 특허기술로 냄새의 원인을 없애버렸다. 하루 한 번 정도만 청소를 해주면 물을 내리지 않아도 냄새 걱정에서 해방될 수 있다.
보통 소변기는 물 한번 내리는 데 2ℓ가 쓰인다. 공공장소 화장실의 경우 하루 소변기 사용횟수를 100번이라고 보면 1년간 워터리스 소변기 한 대로 60t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수도요금으로 환산하면 9만7800원(공공용 상하수도 요금 기준)을 줄일 수 있다.
공공건물에서 소비되는 물의 50~70%는 화장실에서 버려진다. 워터리스 소변기는 물 부족 국가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해결책인 동시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성공비결이다. 워터리스 소변기는 현재 서울 시내 지하철역 화장실에 설치되어 있다.
버려진 조개껍질(패각)을 활용한 건축자재의 개발도 한창 진행 중이다. 해안가 주민들 입장에서는 조개껍질이 여간 골칫거리가 아니다. 방치된 조개껍질은 악취는 물론 침출수까지 나와 물을 오염시킨다. 지금까지 쌓여있는 조개껍질 쓰레기만 해도 48만t에 달한다. 최근에는 매년 13만t 안팎의 조개껍질이 밀려온다.
YNG테크는 조개껍질을 활용해 건축용 내외장재를 만드는 기술로 특허를 받아냈다. 조개껍질에 고열이나 고압을 가해 불연 건축자재를 만들어냈으며, 지금은 조개껍질 고유의 성질에 의해 음이온이나 원적외선 방출이 가능한지 시험 단계에 있다. 조개껍질이라는 천연소재를 활용한 만큼 친환경은 담보됐고,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해결할 수 있다. 그간 해양ㆍ수산폐기물의 경우 자원화 사업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지만 조개껍질은 원료 수급의 확보가 쉬워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상미 기자/hug@herla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