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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붙은 담배소송…한국에선 어떻게
[헤럴드경제=허연회ㆍ하남현 기자] ‘담배소송’의 서막이 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4일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대규모 진료비 환수 소송 규모를 500억원대로 정했다. 당초 수천억원대 소송 규모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인지대 부담 등으로 우선 500억원대 초반의 소송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공기관이 담배소송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소송 규모와 별개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건보공단은 이날 서울 공덕동 건강보험공단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소송 규모를 정했다. 변호인단 구성은 내부 변호인과 함께 외부 대형 로펌 1곳을 선임해 담배 소송을 일임키로 했다. 아직 소장이 제출되지도 않았지만 담배소송에 대한 논란으로 벌써부터 뜨겁다.

건강보험공단은 24일 서울 공덕동 건강보험공단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500억원대 규모의 담배소송 규모를 진행키로 확정했다.[사진=이상섭 기자/bobtong@heraldcorp.com]

건보공단은 흡연이 전 국민의 진료비를 증가시킨 만큼 담배회사들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전 국민 건강정보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2001∼2002년에 건강검진을 받은 770만 명을 10년간 추적연구한 결과 흡연으로 인한 암 등 30개 질환 진료비로 연간 1조6000억 원(2011년 기준)이 추가 지출됐다. 국민은 비용 부담을 위해 보험료를 갹출해 납부하는데 원인 제공자인 담배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경우 민간인들이 네차례 담배회사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바 있지만 이번엔 공단이 그간 쌓은 엄청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흡연과 각종 질병의 인과관계를 밝힐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다. 


해외에서도 주 정부 등 정부기관이 나섰을 때는 양상이 달랐다. 미국의 경우 지난 1998년 4개 담배회사가 49개 주정부에 2460억 달러(한화 약 260조원)를 배상키로 합의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도 지난해 5월 500억 달러(한화 약 56조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건보공단이 정부의 사실상 반대 의견에도 소송을 강행하는 이유이다.

문창진 차의과대 부총장은 “2012년 서울에서 열린 담배규제기본협약에서 담배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선언문을 채택하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담배 소송을 진행하는 등 전반적으로 전세계에서 담배회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는 분위기”라며 이번 소송이 국제적인 담배 회사 규제 흐름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소송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하다. 담배회사들은 “담뱃값에 포함된 건강증진기금(1갑당 354원)을 통해 매년 1조5000억 원의 건강증진기금을 건보공단에 내고 있다”며 “일부분 책임을 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흡연과 폐암과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개개인을 놓고 생활습관, 직업, 식습관, 가정환경, 유전적 요인 등 다른 요인이 아닌 흡연이 질병의 원인임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이번 소송이 흡연자-비흡연자 간 갈등만 유발하고 이로인한 사회적 부담만 늘릴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송을 결정한 사람은 공단 이사장과 이사진들이지만, 결국 막대한 소송 비용을 치뤄야 하는 사람은 국민들”이라고 “승소한다고 해도 그 비용이 결국 담배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rins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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