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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고위급 해외 은닉자산 어디에 숨겼나
키프로스 · 네덜란드 · 버진아일랜드
세 나라에 해외투자 3분의2 몰려

서방, 러 에너지 의존도 높아
기업제재 쉽지않아 일단 안전


러시아 부호와 고위 인사들은 재산을 어디에 숨겨뒀길래 서방의 ‘해외자산동결’ 경고를 비웃는 걸까.

속을 알수 없는 경우 흔하게 비유하는 ‘크렘린’의 전통 이미지와 달리, 러시아인이 해외에 숨겨둔 자산을 찾는 것은 의외로 ‘식은죽 먹기’가 될 듯하다. 러시아의 해외투자가 소수 몇개 나라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과 유럽연합은 지난 17일(현지시간) 각각 11명, 21명의 러시아인에 대해 비자금지와 해외자산동결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기업이 아닌 개인 계좌의 현금, 주식, 채권 등 금융자산이 여기에 포함된다.

20일 미국 CNBC가 러시아은행 등 최신 자료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의 해외투자 총액은 2012년 기준 5000억달러로, 이 가운데 대략 3분의 2가 3개국에 몰려있다. 지중해 동부 섬나라 키프로스, 네덜란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다. 세금 천국으로도 유명한 이들 나라에 2000년대 들어 러시아 부자들의 도피 자본이 물밀듯 들어왔다. 


컬럼비아대학의 배일컬럼피아센터의 2011년 보고서에 따르면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재벌)들은 국가가 중소 규모 투자자들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외 안전 피난처를 찾아 자산을 빼돌렸다.

3개국 가운데 러시아 자산이 가장 많이 유입된 나라는 키프로스다. 작년 키프로스에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올리가르히도 불똥을 맞았다. 러시아 투자자들이 계좌에서 돈을 인출하지 못한 사태가 빚어진 것. 그 뒤 러시아 부자들은 버진아일랜드 등 다른 안전한 곳으로 계좌를 옮겼다. 지난해 3분기까지 버진아일랜드에는 러시아인 계좌로 610억달러가 쇄도했다. 같은 기간 키프로스에도 러시아 돈 75억달러, 오스트리아에 51억달러가 순유입됐다.

러시아의 크림 병합 이후 지금까지 내려진 경제제재 조치 수준으로는 이들 러시아 해외자산은 일단 안전해 보인다. 경제제재 대상 명단에 재계 인사가 대거 빠졌고, 기업 계좌는 예외다.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손목을 찰싹 때리는 정도”의 제재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서방은 더욱 강력한 제재를 내리겠다고 큰 소리 치지만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큰 탓에 실제 실행에 나서긴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란의 경우 이란 석유 대체재가 존재해 엄중한 경제제재가 가능했지만, 러시아의 천연가스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가 유럽 에너지 시장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에 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의 해외투자는 대부분 에너지 섹터에서 전개되고 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IMEMO)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2009년 기준 해외투자액 최다는 아람코와 러시아 합작 석유회사 루코일이었으며, 국영회사 가스프롬, 철강회사 예브라스, 세베르스탈, 미첼 등이 뒤를 이어 상위 6위를 모두 에너지 관련 기업이 차지했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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