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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임금체계 개편 매뉴얼’…대체 무엇이 문제?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19일 ‘임금체계 개편 메뉴얼’을 내놓자 노동단체와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고령 근로자의 임금을 깎아 사용자의 이윤을 키우고 저임금 체계를 고착화하려는 의도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정부가 내놓은 메뉴얼의 핵심은 호봉이나 근속 연수가 높아질 수록 자동으로 임금을 올리기보다 직무나 직능에 따라 임금을 차등화하라는 것이다. 근속기간이 길수록 임금이 가파르게 늘어나 기업의 비용이 크고 근로자들의 정년을 연장하는데도 걸림돌이 되는 현행 임금체계를 바꾸자는 게 이번 메뉴얼의 취지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고령화된 노조(勞組), 직능ㆍ직무급에는 절대적으로 불리=정부가 메뉴얼을 발표하자 민주노총은 “노동시장에서 중장년층 비중이 높아지자 성과 경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하고 임금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정부 매뉴얼은 고령자 임금을 깎아 사용자 이윤을 보장하려는 편향적인 내용”이라며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성과급 확대는 노동자 임금 총액을 삭감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양대 노총의 이런 지적은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노동조합 집행부와도 연관이 있다. 대부분 근속 연수가 높을 수록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 적용을 받는 노조 집행부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노동 전문가는 “고령화된 노조의 모습이 임금체계 개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중고령자들은 직능ㆍ직무제보다 호봉제가 유리하기 때문에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직무ㆍ직능급’ 도입 가능할까=산업화 초기부터 정착돼 온 연공급제(호봉제)를 갑작스럽게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칫 기업이 근로자들의 임금 삭감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가 있다. 직무급의 경우 임금을 정하는 기준을 설정하는데 큰 비용이 들 수 있고 산업구조, 기술 변화로 직무 내용이나 가치가 바뀌는 흐름에도 쉽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개인의 직무수행 능력을 임금 결정 기준으로 삼는 직능급은 능력 중심의 인력 운영이나 숙련도 향상을 기대할 수는 있겠지만 평가의 객관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도 장기적 과제로 직무ㆍ직능급제 도입을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기업의 66.2%가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으나 ‘무늬만 연봉제’인 데다 실제로는 호봉제 성격이 강한 것도 임금체계 개편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호봉 테이블을 전제로 하고 있으면서 임금 구성 항목만 ‘연봉’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어 직무와 직능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임금체계는 ‘노사합의’ 사항, 매뉴얼론 해결 어렵다=임금체계 개편은 통상임금, 정년 연장과 맞물린 임금피크제 등과 함께 노동계 빅 이슈로 급부상했다. 문제는 임금체계 개편, 통상임금, 임금피크제 등이 노사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는 점이다. 정부에서 밀어붙인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기업 측이나 노조 측에서 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킬 수 없다. 결국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통상임금,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등이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올라와 지루한 밀고 당기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조건없는 정년연장’을 요구한 바 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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