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앞으로 휴대폰 서비스 가입시 추가 지원금 혜택을 빙자해 고액의 요금제를 일정기간 유지하도록 요구하거나 장기 약정 계약을 유도하는 판매 행위가 금지된다.

20일 미래창조과학부와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참여한 자율 규제기구인 불법보조금 합동감시단은 이 같은 행위를 단속, 처벌하기로 했다.

이제까지 일선 유통점에서 보조금을 더 실어 휴대폰 가격을 싸게 살 수 있게 해주겠다며 내걸었던 이 같은 영업 행위가 불법 보조금 풍조를 더욱 조장하거나 소비자를 현혹시켜 피해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판매점에서 법정 보조금 상한인 27만원을 넘어 50만~100만원의 보조금 지원을 조건으로 비교적 고액인 6만9000원 요금제를 3개월 이상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경우, 또는 통상 24개월보다 긴 30~36개월 약정을 유도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통신사 및 판매점이 영리 추구를 위해 고액 요금제, 장기 약정을 유도하는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불법 보조금 지급이 결부된 경우 단속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통3사는 이날 합동으로 불법 보조금 근절 선포식을 갖고 감시단 구성과 구체적 단속 대상 등에 대해 발표한다. 앞서 지난 6일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이통3사 CEO 간담회에서 “불법 보조금을 근절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대국민 발표를 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이통3사는 이와 함께 판매점의 불법행위에 대해 통신사들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통신사 소속 대리점이 판매점을 선정할 때 통신사로부터 사전 승낙을 받도록 하는 제도도 자발적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또 가입자가 보조금이나 요금할인 중 원하는 혜택을 선택하도록 하는 ‘분리 요금제’ 도입을 위해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은 현재 국회 계류중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에 담긴 금지, 제한 조항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지난 2월 국회 통과가 결렬됐으나 그 전에라도 단통법을 자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자율 규제기구로는 불법 보조금 행태와 편법 영업행위를 규제하기 역부족이라며 감시단 운영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통3사는 텔레마케팅을 자율 규제하는 개인정보보협회(OPA)도 두고 있으나 단속실적이 미미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가 자기 목줄을 죌 리 있느냐”며 “이번에도 눈가리고 아웅식 전시행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