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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하는 ‘보험수가’ 의 비밀…의사들은 원가율 이하라는데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의사와 정부의 밀실(密室) 협의라고 지적받고 있는 지난 17일 의정(醫政)협의안.

의정 협의안의 핵심은 바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구조개편 문제에 있다.

이번 협의안을 통해 의사들은 정부와의 보험수가 협상에서 수가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얻게 됐다.

중요한 것은 수가를 둘러싼 의사와 보험자, 환자 사이의 역학구도. 현재 전체 진료비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건강보험으로 지급해주는 급여 부분과 그렇지 않은 비급여로 구분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체 진료비 중 급여가 70~80%, 비급여 부분이 20~30% 정도 된다”며 “정확한 통계치는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고, 연구하는 학자에 따라 수치가 달리 나온다”고 설명했다.

급여 부분은 건정심에서 결정하는 부분이다.

현재 건정심은 건보 가입자, 공급자인 의료계, 공익위원이 각각 3분의 1씩 참여한다. 공익위원 8명은 부처관료 4명과 정부 추천인 4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정부추천 4명 중 2명을 의료계에서 추천할 수 있게 됐다.

건정심에서 결정되는 의료수가는 의사의 업무량, 위험도, 진료비용 등 다양한 기준으로 보험수가가 결정되고, 이 수가가 바로 급여, 즉 의사들에게 보전되는 금액으로 환산된다.

현재 의사협회는 2006년 기준으로 원가보전율이 73.9%라고 주장하고 있다.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85% 수준으로 알려졌는데 말이다. 의사협회 주장에 따르면 어쨌든 환자 치료에 100원이 들었는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수가는 73원90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22원10전은 적자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과연 적자가 나는 ‘22원10전’을 의사들은 어떻게 보전하고 있는 것일까.

바로 ‘비급여 부분’이다. 전체 진료비 중 20~30%에 불과한 비급여는 정부가 손을 쓸 수 없는, 환자들도 감히 토를 달 수 없는 오롯이 의사들의 영역이다. 병원마다 비슷한 진료행위에 대해 천차만별의 진료비를 환자들에게 청구해도 환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진료비를 내야 한다.

이 비급여 부분까지 합치면 원가보전율이 100%를 넘는다. 보건사회연구원 연구 자료에 따르면 106%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 의정협의를 통해 소위 급여 부분에서 의사들이 강력한 힘을 얻게 됐다. 의사들 마음대로 급여를 무한대로 올릴 수야 없겠지만, 과거 보다는 훨씬 더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의사협회는 건정심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해 결국 급여 부분에서 적정 수준 이하의 진료비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각종 진료행위에 대해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수가가 올라간다는 것은 바로 건강보험료의 인상을 뜻한다. 수가를 1% 인상하면 연간 2700억원의 재원이 들어간다. 이 돈은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와야 한다.

어렵게 사는 의사들도 있고,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개업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의사들은 여전히 고소득층에 속한다. 원가율이 너무 낮다고 주장하면서 원가율 인상에만 매진한다면 결국 이는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일이라는 점을 의사들은 상기했으면 한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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