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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사람> “맛은 기억…기억에 남는 음식만들것”
에버랜드 요리경연대회 우승 김헌래 조리사
소고기곤드레국밥으로 1위 영예
놀이공원 찾는 부모들에 추억 선사


첫 맛은 달달하면서도 시원했다. 목으로 넘기자 소고기와 버섯, 무, 파 등이 어우러진 달짝지근한 국물 속에서 독특한 곤드레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얼큰하고 화끈한 정통 한식집 육개장과 구수하고 담백한 시골 5일장 장국밥의 맛이 동시에 느껴졌다. 순간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함에 이마와 콧잔등에서는 땀이 송송 솟아올랐다.

지난 5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 카페테리아에서 처음 접한 ‘소고기곤드레국밥’의 느낌이다. 이 음식은 지난달 에버랜드 주방장과 조리사가 대거 참가해 처음으로 고객 앞에서 벌인 ‘제1회 에버랜드 요리경연대회’에서 영예의 1위인 금상을 차지했다. 대회에는 조리사 50명이 참가, 한식ㆍ양식ㆍ중식ㆍ스낵, 4개 분야에서 선보인 다양한 창작 메뉴 105종이 선보였다.

‘소고기곤드레국밥’을 개발한 에버랜드의 김헌래(48ㆍ사진) 조리사는 “평소 한식, 그 중에서도 탕과 국을 좋아하는 데다 고향인 강원도에서 자주 접하던 건강식품인 곤드레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소고기국밥과 결합시켜 봤다”고 말했다.

곤드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초로, 우리나라 전국 들판에 자생한다.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와 성인병 예방 효과가 있다. 특히 담백하고 부드러워 소화가 쉽고, 치아가 약한 노년층에게 더욱 좋다.

주로 영서 지방에서 나물을 해 밥과 무친 ‘곤드레밥’으로 많이 먹는다. 김 조리사는 “곤드레는 탕에 넣으면 향이 강해질 수 있어 국, 탕에 잘 활용되지 않는다”며 “향을 먹기 적당하게 살리는 데 주력했다”고 개발 당시를 떠올렸다.


언뜻 보면 한식은 어린이가 많이 찾는 놀이공원 음식으로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김 조리사의 생각은 달랐다. “놀이공원 식당의 주 타깃은 어린이를 데리고 온 부모더라고요. 그들은 대부분 한식을 선호합니다. 거기에 맞춘 거죠. 대회에서도 ‘시원하고 담백하다’ ‘해장에 좋겠네’ ‘독특하다’ 등의 고객과 관계자들의 호응이 있었습니다.”

경력 20년.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손님이 많았지만, 자신의 곰탕을 잊지 못하던 한 손님을 김 조리사는 아직도 떠올린다.

“눈썰매장 레스토랑에 일할 때였죠. 한 젊은 분이 찾아와서 ‘아버지께서 갑자기 편찮아지셨는데 며칠 전 여기서 드셨던 곰탕을 잡숫고 싶어 하신다’더군요. 제가 만든 거였죠. 놀이공원 식당 음식을 따로 찾는 분이 많지 않습니다. 포장이 원래 안 되지만, 허락을 받고 포장해줬습니다. 지금 그분이 살아계셔서 이 국밥도 드시러 오시면 좋겠어요.” 

용인=신상윤 기자/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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