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윤희ㆍ박수진ㆍ서상범ㆍ신동윤 기자]재계의 정년 60세와 임금피크제 도입이 국회에서 만든 법보다 앞서 잇따라 시행되고 있다. LG, 포스코, GS 등이 이미 시행에 들어간 데 이어 재계 1위 삼성도 이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다른 기업들을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3월부터 정년을 60세로 늘리고 56세부터 전년 임금을 10%씩 감축해나가는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국회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관련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명문화하지는 못했다. 결국 삼성이 법보다 2년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전격 도입한 셈이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정년연장을 하면 특히 자녀교육비 등 회사의 복지비 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되므로 임금피크제 적용은 불가피 하다”고 설명했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시행한 대기업은 삼성이 처음은 아니다.
LG그룹은 2007년부터 주요계열사 직원을 대상으로 정년을 58세로 연장해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56세부터 10%씩 임금을 줄여나가는 방식이다. GS도 GS칼텍스가 이미 2012년부터 정년을 기존 58세에서 60세로 연장했고, 마지막 2년간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GS건설도 현장경험이 많은 직원을 대상으로 한 ‘명장’ 제도로 사실상의 임금피크제를 운영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정년이 만 58세지만 본인이 정년 연장을 신청하면 건강 상태를 확인해 1년씩 두번 연장이 가능하다. 임금피크제도 시행 중이다. 생산직을 기준으로 만 59세까지는 임금의 100%를 받지만 60세가 되면 기본임금의 80%를 받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 임단협에서 '개인별 선택 정년제'에 합의했다. 만 58세까지는 기존 임금 수준을 유지하되 59세부터 개인별 직무 환경 등급에 따라 임금 수준을 달리하는 것이다.
포스코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58세 퇴직 후 2년간 재근무가 가능하다. 임금피크제로는 만 52~56세까지 임금동결하고 57세부터 10%씩 감축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시행방침을 확정한 대기업들도 많다.
두산그룹은 ‘정년 60세 법’ 시행 이전에 정년을 연장하고 임금피크제를 조기 도입하기로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계열사별로 시행 시기와 조건 등을 세부적으로 조율하고 있다. SK그룹은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전반에 대해 검토 중이다. 주요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정년 60세로 가장 길고, SK텔레콤이 57세다. SKC와 워커힐호텔은 이미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화도 향후 임단협을 통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본격 논의할 방침이다. 정년은 일반 사무직은 55세, 생산직은 57세, 백화점 등 일부 서비스직은 58세 등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은 현재 임금피크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세부방침을 논의 중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운항승무원의 정년은 사실상 60세다. 이후 소정의 심사를 거쳐 계약직으로 최대 65세까지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강성노조와 협상이 필요한 자동차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ㆍ기아차의 경우 이미 실질적으로 정년 60세 보장을 하고 있다. 문제는 임금 피크제다. 임금체계 전반에 걸친 개선을 위해서 지난 1월부터 ‘임금체계개선위원회’를 설립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한국지엠도 이미 정년 60세를 보장하고 있지만, 임금피크제는 아직 노사간 논의를 한 적이 없다.
정년도 아직 55세인 르노삼성차는 뚜렷한 계획이 없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회사가 설립된 지 14년 밖에 안돼 40~45세 정도의 직원 비중이 높아 정년에 대해 크게 민감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지난 2012년 정년을 58세에서 59세로 연장하는데 합의했고, 조만간 열릴 단체협상에서 임금피크제를 논의할 것으로알려졌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은 “지금부터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서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 갈등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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