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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각금액 현실화 하라” ADT캡스 매각 본격화 앞두고 노조와 ‘먹튀’ 논란 내홍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지난 17일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본입찰을 마치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에 들어간 ADT캡스의 매각금액이 지나치게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ADT캡스가 지난 몇 년간 인건비 낮추기, 장비 투자 중단 등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짜내기식 비용 줄이기’를 통해 높은 영업이익을 올려 왔기 때문에, 그것을 바탕으로 매각금액을 산정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통상 기업 인수전에서 매각금액은 영업이익의 10~15배를 기준으로 한다.

22일 ADT캡스 노조에 따르면, 노조 간부들은 지난 10일부터 서울 강남 ADT캡스 본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노조 측은 피켓에 ‘먹튀 자본 타이코 그룹에 강력히 요구한다’는 구호를 내걸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ADT캡스의 매각금액은 지난해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예상치인 1600억원을 기준으로 약 1조5000억원에서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영업이익 자체가 장비투자나 신성장동력 개발이 아닌 ‘직원 쥐어짜내기’로 이뤄진 것이기에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 ▷2007년 이후 순찰차량의 증차 중단 ▷2012년 이후 본사의 밀어붙이기식 임금인상 유예 ▷사원 직급의 최저임금 적용 ▷비인간적인 상대평가식 고과제도 등을 제시했다.

노조 측 주장에 따르면 현재 ADT캡스의 순찰차량은 대당(순찰근무자 3명 배정) 최대 2600건, 평균 2000건 가까이 되는 고객을 관리하고 있다.

이는 실제 다른 국내 보안서비스 업체들이 차량 한 대당 평균 800~1000건의 보안 수요를 관리 하는 것보다 2~3배가량 많은 수치다. 이렇게 많은 고객을 관리하려면 서비스의 질도 담보할 수 없을뿐더러 순찰근무자의 노동강도는 살인적으로 올라간다.

노조는 사측이 대당 연간 3억원에 이르는 순찰차량 유지비(순찰근무자의 인건비 포함)를 절감하기 위해 증차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투자 없이 오로지 인력만으로 서비스를 진행, 직원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면서 매각에 유리한 영업이익 수치를 달성하려 했다는 것이다.

회사의 취업 규칙에도 분명하게 1월로 명시된 임금인상 시기가 2012년에는 4월, 2013년에는 7월로 미뤄진 것 역시 인건비 절감 차원의 전략인 것으로 노조는 분석했다.

취업 규칙과 암묵적 관례상 늘 1월에 임금인상을 해왔기 때문에 2012년 1~3월과 2013년 1~6월 임금의 인상분을 소급적용 해줘야 하는데, 사측이 “모기업인 타이코의 전 세계 법인과 임금 지급시기를 맞추려 한다”는 석연찮은 답변만을 내놓고 소급분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노조는 신입사원부터 입사 5년차까지 사원급의 직원에게는 법정 최저임금을 기본급으로 지급하는 임금제도도 문제로 지적했다.

노조 위원장은 “차량 투자비용, 임금 인상 소급분의 미지급, 사원급 직원의 낮은 임금 등을 통해 사측은 엄청난 비용을 아낀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직원들을 쥐어짜내 달성한 영업이익이기에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외에 A, B, C, D 등급별 의무 비율을 설정, D 등급에 속한 5%의 직원에게는 임금인상 0%, 성과금 0원을 지급하는 상대평가식 인사고과제도, 유명무실한 연차사용촉진제도 등도 사측의 몸값 올리기 포석으로 노조는 지목했다.

노조가 걱정하는 것은 새 주인이 들어선 이후의 구조조정이다.

새 주인이 시장에서 말이 나오고 있는 1조5000억~2조원에 ADT캡스를 매입한 뒤 회사의 실상을 알고 나면, 매각 금액을 상쇄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거나 직원을 더욱 옥죄는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려 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우려에 따라 ADT캡스의 노조원은 지난해 11월 110명 수준에서 올 2월 1200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SK텔레콤이 최근 300억 매출 규모의 보안업계 4위 NSOK를 인수하면서 ADT캡스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것도 매각 금액 책정에 고려돼야 할 사안이다.

ADT캡스는 그동안 SK텔레콤의 보안 영업을 일부 맡아왔다. NSOK가 이를 대신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매각금액이 조정돼야 한다는게 노조측 입장이다.

이러한 노조의 주장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ADT캡스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해봤지만, ADT캡스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면서 ”회사 내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답변을 피했다.

한편 ADT캡스 노조와 경영진은 이르면 22일, 늦어도 내주 중에는 1차 정식교섭을 갖고 타협점을 논의 할 방침이다. 노조 측은 이 교섭의 결과에 따라 전체 노조원ㆍ상급노조와의 연대를 통한 대규모 파업이나 기자회견 등 행동 수위를 결정 한다는 방침이다.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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