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학자금 대출로 인한 빚이 1151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경제 회복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자금 빚 문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학자금 대출 빚이 가계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미국 경제 회복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보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이 받은 학자금 대출 규모는 지난해 4분기에 모두 1조800억달러(약 1150조8480억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분기 보다 530억달러 늘었으며, 2012년 말과 비교해 1140억달러 많은 수치다.

이로써 전체 가계부채에서 학자금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기지 다음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 가계부채는 3분기 보다 2410억달러 급증한 총 11조5200억달러(약 1경2276조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모기지 대출금액이 8조500억달러(약 8578조원)로 70% 가까이 차지했고, 학자금 대출은 9% 정도다.

WP는 학자금 대출 빚이 늘면 젊은층의 주택 구매 심리를 약화시켜 경제 회복의 열쇠인 부동산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감소→부동산 거래 활성화→경기 부양’의 성장 공식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 신규 모기지 대출금액은 전 분기보다 970억달러 줄어든 4520억달러에 그쳤다.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모기지 신청건수도 지난 4개월 간 전년동기 대비 20% 급감했다. 또 18일 발표된 전미주택건설협회(NAHB) 2월 주택시장지수는 46를 기록, 주택경기 확장 기준선인 50 밑으로 떨어졌다. 학자금 대출 등 가계빚 부담으로 부동산 경기가 다시 부진의 늪에 빠져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울러 학자금 대출 상환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학자금 대출에서 90일 이상 체납해 ‘심각한 채무 불이행’(seriously delinquent) 상태로 분류된 경우는 전체의 11.5%에 해당되는 1242억달러(약 132조3475억원)에 달했다. 특히 30세 이하 젊은 층에서 학자금 대출은 90일 이상 연체된 부채 중에서 신용카드, 모기지, 자동차 대출 등을 넘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비드 스티븐스 MBA 협회장은 “학자금 빚은 다른 가계부채 보다 심각한 문제”라며 “젊은 세대의 주택 구매 여력을 떨어뜨려 결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