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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치올림픽]’소치 핫아이콘‘ 여자 컬링, 눈물 속에서 피어난 희망
기적은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쉬움 속에서 진한 희망은 피어났다.

‘2014 신(新)우생순’ 한국 여자 컬링이 4년 뒤를 기약하며 소치와 작별을 고했다. 여자 컬링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큐브 컬링센터에서 벌어진 2014 소치올림픽 예선 풀리그 9차전에서 캐나다에 4-9로 패하며 풀리그를 3승6패로 마무리했다.

비록 목표로 했던 4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그들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한국 컬링의 새로운 역사였다. 스킵(주장) 김지선(27)과 이슬비(26), 신미성(36), 김은지(24), 엄민지(23ㆍ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당초 이번 대회에서 1승이라도 거두면 ‘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선 참가 10개국 중 한국의 세계 랭킹은 꼴찌(10위)였다. 영국 베팅업체 ‘비윈’은 한국의 우승 배당률을 201대1로 꼽았다. 출전국 중 가장 낮은 우승 확률이었다. 환경도 열악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태릉 선수촌 내 컬링 대표팀을 위한 공간은 없었다. 국가대표라고는 하지만 끼니를 배달음식으로 해결하며 선수촌 부근 모텔에서 잠을 잤다. 주장 김지선은 팀이 없어 떠돌아 다녀야 했고 이슬비는 생계를 위해 유치원 보조교사로 일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저마다 애틋한 사연을 뜨거운 가슴에 간직하며 빙판의 냉기와 싸웠다. 


하지만 대회 시작 후 기적은 시작됐다. 첫 경기에서 한국은 영원한 맞수 일본을 꺾으며 올림픽 첫승을 거뒀다. 홈팬의 열화 같은 응원을 업은 개최국 러시아도 눌렀다. 17일에는 세계 7위 미국을 11-2로 완파했다. 세계 최강 캐나다와 마지막 경기서도 한국은 3엔드까지 4-1로 앞서며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들의 선전이 이어지자 컬링 열풍도 불었다. 대한컬링경기연맹 사무국에는 컬링 입문 절차, 도구 구입 등을 묻는 전화 문의가 쏟아졌고 대회 기간 컬링 생중계 시청률은 평균 10% 내외를 유지했다. 선수들은 ‘컬링돌’이라는 애칭을 얻으며 국민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4년 뒤 평창까지 한국 컬링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등록선수는 600명에 불과하고 국내에 컬링 전용 연습장은 태릉과 의성 등 두 군데뿐이다. 전용시설만 11개에 이르고 등록선수가 50만명에 달하는 일본과는 비교조차 안 된다. 컬링 최강 캐나다는 전용시설이 1000개가 넘는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도 고급 경기장의 빙질에 익숙하지 않았던 대표팀은 상대 스톤을 회피해 돌아서 들어가는 등의 고급 기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주 실수를 범했다.

정영섭 대표팀 감독은 “국내 얼음판은 돌이 곧게 뻗기만 한다. 컬링이라는 이름대로 다양하게 휘는 구질의 돌을 구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경기장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치에서 싹튼 희망이 평창에서 만개하도록 반짝 관심이 아닌 지속적인 응원도 필요하다. 마지막 경기가 끝난 후 주장 김지선은 “컬링 역사가 막 시작됐을 뿐이다. 앞으로 많이 응원해주면 더욱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상범 기자/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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