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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이수곤> LTV-DTI,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지난 2005년 8월 31일은 우리나라 부동산시장 역사상 전환점으로 기록되고 있다. 버블세븐이니 하는 용어가 나올 정도의 집값 광풍을 잡기 위해 처음으로 DTI(총부채 상환비율) 정책이 도입된 날(8ㆍ31 부동산대책)이다.

다소 생소했던 DTI는 애초 주택금융공사의 특정상품(모기지론) 판매 시 대출자의 소득 대비 부채상환능력을 따져보기 위해 사용했던 것으로, 2005년 당시 노무현정부는 이 잣대를 아예 전 금융기관으로 확대했다. DTI는 지난 2002년 4월 도입된 LTV(주택담보인정비율ㆍ서울 수도권 50%, 지방 60% 현재 적용)와 함께 집값 잡기에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심지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잇따라 무너지는 경제쓰나미가 밀어닥쳤을 때도 한국만큼은 비켜가게 하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처럼 전가의 보도였던 이 LTV-DTI가 이번엔 정반대의 이유로 도마에 올랐다. 부동산시장이 회복하는데 너무 낮게 잡혀진 LTV-DTI 수준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

박근혜정부 들어 부동산 경기 정상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영구인하에 이어 재건축 기준까지 일부 완화해 주택 수요의 불씨를 살리려고 하고 있지만 아직 상승 신호는 미약하다. 정확히 말하면 정부의 세제(1단계), 재건축 정책(2단계)으로 다 죽어 가던 부동산시장에 숨은 붙여놨지만 영양상태가 워낙 안 좋아 기력은 못 찾고 있는 것.

이 상황에서 3단계로 LTV-DTI 완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물론 반대론자들은 가계부채가 이미 1000조원이 넘었는데 DTI 완화는 가계부실의 기름을 붓는 격이라며 펄쩍 뛰고 있지만 환경이 변했다면 LTV-DTI의 용도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는 있다.

사실 부동산 거래가 안 되는 것은 더 이상 집에 투자해 이익을 내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한도를 늘려주더라도 투기 열풍 재연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이유다. DTI완화는 MB정권에서도 몇 차례 있었지만 대출 광풍은 없었다.

무엇보다 LTV-DTI 규제를 완화할 경우 저소득층이나 저신용자들이 비싼 이자를 내고 받은 비은행 금융기관의 대출을 은행권으로 돌릴 여력이 높아지는 등 오히려 가계 재무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

국민들 자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부동산시장이 고꾸라지면 경제회복도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시장이 회복돼야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궁극적으로 내수가 진작돼 경제체질이 튼튼해진다. 더욱이 자산가치가 오르면 가계부채를 해결할 여력도 그만큼 높아진다.

DTI 완화가 안 된다면 LTV라도 올릴 필요가 있고, LTV-DTI를 완화해 부작용이 나타난다면 기준 금리처럼 그때그때 조정하면 된다. LTV-DTI는 법을 고쳐야 할 사항이 아니라 적절한 타이밍이면 언제든지 구사할 수 있는 정책의 하나다.

이수곤 소비자경제부장 lee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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