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아이고 우짜꼬…냉장고 문이 안열립니데이.”
지난 3일 부산지방경찰청의 페이스북엔 냉장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112 신고에 경찰이 출동한 사연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112 신고를 한 할아버지는 설 명절 동안 찾아올 가족조차 없어 배고픔에 미안함을 무릅쓰고 112에 전화를 걸었고, ‘황당신고’에도 경찰이 출동해 어긋난 냉장고 위치를 바꿔 문이 잘 열리도록 조치했다.
언제든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경찰의 의무이자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냉장고 문을 열어달라’는 112 신고에 경찰이 출동했다는 사실을 굳이 SNS를 통해 전파해야했는가에 대해 경찰 안팎의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2일 ‘112의 날’을 맞아 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범죄와 관련없는 단순 불편 해소를 위한 신고 등 ‘코드3’ 신고가 전체 112 신고의 51.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12가 범죄와 관련한 긴급전화임에도 “수도요금 좀 대신 납부해주세요”, “집에 전기가 끊겼으니 출동해주세요”, “옆집 담배연기가 우리집으로 들어옵니다” 등등 황당한 전화로 112가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이에 112 신고 접수자들의 업무가 가중되고 긴급하지 않은 사안에 대한 출동이 잦아질수록 정작 긴급한 사건ㆍ사고에 대한 경찰의 초동대처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치안공백이 생길 우려도 높다.
물론 형편이 딱한 할아버지의 요청에 눈 감지 않고 도운 것은 훈훈한 미담이다. 하지만 112 신고와 관련, 이를 미담으로 홍보하는 것은 지금 112가 처한 상황을 세심히 살피지 않은 처사란 지적도 나온다.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악용할 경우 피해가 돌아가는 것은 결국 경찰이고, 긴급출동이 필요한 시민이다.
한 지구대 경찰은 “도움이 필요했던 할아버지를 책망할 일도, 이를 도운 경찰들도 나무랄 일은 아니지만 앞으로 112신고로 엉뚱한 전화가 빗발치는 것 아닐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속된 말로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려야 한다’는 게 홍보(PR)의 기본이다. 과연 이번 사례가 반드시 알려야 할 미담이었나 의문은 남는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덕목이 새삼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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