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月통신지출비 3만5000원 시대
프리미엄 스마트폰 공급 쏠림 현상통신사 최저월정액 35요금제로 묶여
소비자 5년전보다 1만~2만원 더 부담
‘비싼 단말기=고가 요금제’ 관행으로
LTE 고객 대부분 62요금제 이용
데이터·통화 제공량 30%이상 남겨
통신 3사의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속속 3만5000원을 넘어서고 있다. 소비자가 휴대전화 대당 매월 3만5000원이 넘는 돈을 통신사에 기꺼이 납부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구당 평균 인원이 3.4명, 그리고 우리나라 휴대전화 가입자 수 5500만 명임을 감안하면, 가구당 12만원이 넘는 돈을 통신비로 지출하는 셈이다. 여기에 집집마다 깔린 초고속인터넷, 또 대세가 된 IPTV, 그리고 집전화까지 더하면 통신비는 더 높아질 따름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분기(10~12월) ARPU는 3만5000원에 달했다. SK텔레콤 3만5650원에 근소하게 못 미치는 수치다. KT도 실적 부진에도, ARPU는 3만2000원을 훌쩍 넘었다. 이는 3세대 이동통신, 그리고 스마트폰 보급 이후 등장했던 최저 월정액 ‘35요금제’가 이제 할아버지도, 초등학생도 사용하는 대세가 됐음을 뜻한다.
기본요금 1000원, 문자메시지(SMS) 무료화를 위해 시민단체는 물론 정치인과 대통령까지 나서 통신사를 압박했던 5년 전 모습은 이제 옛 이야기일 뿐이다. 당시 소비자들의 월평균 통신료는 휴대폰 대당 2만원을 채 넘지 못했다.
이 같은 ARPU의 급증 배경으로는 3G에 이어 LTE를 앞세운 통신사들의 과감한 데이타 속도 마케팅, 그리고 100만원을 훌쩍 넘어선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 쏠림이 손꼽힌다. 두 가지 모두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LG유플러스의 LTE 가입자 비중은 70%에 달한다. 최근 공격적인 가입자 유치전을 펼치고 있는 SK텔레콤 역시 LTE 사용자가 60%에 육박했다. LTE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 사용자들은 45, 55 등 상위 요금제에 기꺼이 가입하고 있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약진은 LTE 가입자 비중 증가가 원인이고, SK텔레콤의 경우 반대로 2G 가입자가 아직도 많은 까닭에 상대적으로 ARPU에서 손해보고 있다”고 전했다. 3G, 그리고 LTE로 통신 패러다임이 넘어오면서 소비자들의 지갑에서 매달 1만~2만원을 더 꺼내게 하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다.
이는 외국 통신사들과 비교하면 더욱 명확해진다. 일본과 중국 통신사인 NTT도코모, 소프트뱅크, 차이나모바일 등의 ARPU는 2012년 대비 2013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세 회사 모두 가입자 수와 외형은 늘었지만, ARPU는 NTT도코모가 -5.8%, 소프트뱅크는 -3.9%, 차이나모바일도 -4.2% 등 수년째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낮은 요금을 무기로 가입자 유치전에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국내 통신사들의 가입자 평균매출(ARPU)가 3만5000원을 넘어섰다. 아이폰, 갤럭시S 같은 100만 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선호 현상과, 통신사들의 3G, LTE 속도경쟁이 더해진 결과다. |
초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쏠림도 ARPU 역주행에 한몫한다. 통신사들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갤럭시, G2, 아이폰5S 등에 수십만원의 보조금을 얻어주고, 대신 이를 높은 요금 청구액으로 나눠 거둬들이는 ‘보조금 전쟁’은 이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소비자들 역시 매달 몇만원 하는 요금을 2년가량 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당장 쓴다는 즐거움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월 기본료가 6만2000원인 LTE 요금제를 이용하는 고객의 평균 음성 통화 사용량은 238분, 무선인터넷은 3.2G 정도라고 밝혔다. 이는 62 요금제 기본 음성 통화 제공량 350분의 68%, 무선인터넷 기본 제공량 5GB의 64%에 불과한 수치다. ‘비싼 단말기=고가 요금제’가 공식으로 자리 잡은 사이, 소비자들은 쓰지도 않은 통신료를 무의식적으로 내고 있다는 의미다.
또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단말기 교체율은 단연 세계 1위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