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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소화 가치 추락 악순환…아르헨 ‘탱고’ 가 멈춘다
외환보유 급감에 인플레 덮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 여파로 남미의 경제대국 아르헨티나에 탱고 음악소리가 자취를 감췄다. 통화가치 폭락→외환보유고 급감→살인적 인플레이션 이라는 ‘삼중고’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처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데 상파울루는 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현재 상황은 사상 최악의 정치ㆍ경제ㆍ사회적 위기로 일컬어지는 지난 2002년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우려를 키우고 있다. 페소화는 지난달 말까지 최근 12개월 간 37.87%나 추락했다. 올 들어서만 18.63%의 낙폭을 기록했다.

이는 달러 유출에 따른 외환보유고의 급격한 감소로 이어지며 위기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액은 1월 말 282억7000만달러로 2006년 10월 이래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 들어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페소화 가치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달러를 사용하면서 1월에만 외환보유액이 23억2000만달러 감소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환보유액 유출이 계속됨에 따라 올해 말에는 220억∼250억달러밖에 남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내년에 200억달러 선이 붕괴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페소화 가치 폭락으로 인한 살인적 물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해 아르헨티나의 민간 인플레율은 28.3%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 상승폭이 정부가 내놓은 공식 수치(10.9%)보다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아르헨티나 정부가 지난달 초 주요 생필품에 대한 가격 동결 조치를 발표했으나 물가를 꺾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최근 열흘 사이 쇠고기 가격은 20%, 의약품 가격은 50% 올랐다. 이에 따라 인플레율은 1월에만 5∼6%에 달한다고 컨설팅 업체들은 집계했다.

이처럼 ‘페소 가치 폭락→외환보유고 감소→물가 상승’이라는 미국의 테이퍼링발(發) 악순환으로 향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해지고 있다.

마르틴 로우스테아우 전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지난달 말 아르헨티나 경제가 앞으로 수년간 불황 속에도 물가가 뛰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신호에서 “아르헨티나에서 축제는 끝났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제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도 팽배해지고 있다.

유명 컨설팅 업체인 폴리아르키아(Poliarquia)의 세르히오 베렌스타인 대표는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정부가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아르헨티나 외교관 출신의 정치 분석가인 호르헤 아시스는 “현 정부는 즉흥적인 정책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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