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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07억달러 경상흑자의 두 얼굴
16년연속 흑자…지난해 사상 최대
대규모 경상흑자로 외채구조 개선
美테이퍼링 이후 금융안정성 유지

수출증가보다 수입감소 영향 커
결국 내수부진 따른 ‘불황형 흑자’
원화상승 부채질…수출기업 피해로




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700억달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예상치를 웃도는 ‘서프라이즈’수준이다. 한국의 역대 연간 경상수지가 500억달러를 넘어선 적이 없다. 이는 최근 신흥국의 금융위기가 증폭되는 와중에 한국의 펀더멘털이 더욱 돋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측면이 있다. 수출 증가보다는 수입 감소가 경상수지 흑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3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 흑자가 707억3000만달러로, 종전 사상 최대치인 2012년의 480억8000만달러보다 무려 47.2%(226억9000만달러) 증가했다. 이로써 경상수지는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듬해인 1998년부터 16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게 됐다. 월별로는 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64억3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23개월째 플러스 행진을 이어갔다.


지난해 경상수지 가운데 상품수지(수출과 수입의 차이)는 607억1000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수출이 5709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3.0% 늘었고, 수입은 5102억1000만달러로 0.8% 줄었다. 서비스수지도 60억달러 흑자를 기록, 지난해보다 흑자폭을 2억7000만달러 늘렸다. 큰 폭의 경상흑자 소식은 의미가 크다. 미국이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을 본격화하면서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차별화가 더욱 돋보일 수 있는 시의적절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예고에 다른 신흥국들이 흔들릴 때도 우리나라의 금융 안정성이 유지된 것도 견조한 경상흑자의 덕이 컸다. 대규모 경상흑자는 외채구조를 개선하고 외환보유액을 증가시켜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상수지 흑자 지속에 따른 막대한 외환보유액, 안정적인 거시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한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경상흑자 기조의 이면(裏面)도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상수지는 수출로 많이 벌어도 흑자가 나지만 국내 투자나 소비가 침체될 경우에도 수입이 줄어 플러스를 기록할 수 있다. 경상흑자는 국내 경기의 침체기에 확대되는 이른바 ‘불황형 흑자’로 나타날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울산공장 선적부두에서 수출을 위해 늦은 밤에도 라이트를 켜가며 차량들을 선적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지난해 우리나라의 민간소비는 두 해 연속 1%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설비투자도 두 해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따라서 지난해 큰 폭의 경상흑자는 수출 증가도 있지만 내수부진에 따른 수입 감소가 상당부분 기인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대규모 경상흑자는 원화가치 상승을 부추기게 된다. 이럴 경우 당장 내수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채산성이 악화돼 우리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작년에도 원고(高)와 일본의 엔저(低)가 맞물리면서 대일(對日) 수출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상흑자 기조는 외환위기 이후 수입이 대폭 줄어든 반면 수출은 소폭 줄어든 탓”이라고 지적했다.

서경원 기자/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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