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설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11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알라모 돔에서 북중미 강호 멕시코와 맞붙는다. 이어 연휴 마지막날인 2월 2일 오전 7시엔 미국 캘리포니아주 카슨 스텁헙 센터에서 미국과 격돌한다. 멕시코와 미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각각 21위와 14위로 한국(53위)보다 월등히 높다. 상대 전적에선 한국이 멕시코에 4승2무5패로 뒤져 있고 미국엔 5승3무2패로 앞서 있다. 홍명보호는 지난 26일 새해 첫 평가전인 코스타리카전에서 1-0으로 이기긴 했지만 만족할 만한 테스트가 되지 못했다. 자국 리그 선수로 구성한 코스타리카는 단 하나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해 우리 수비진과 골키퍼 김승규(울산)에 대한 기량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때문에 홍명보 감독은 멕시코ㆍ미국 2연전을 통해 비유럽파 선수들을 상대로 한 옥석 가리기를 사실상 마무리할 예정이다.
▶김신욱 선전, 과연 박주영 미련 지웠을까=코스타리카전의 유일한 수확이라면 원톱 김신욱(울산)의 선전이었다. 홍 감독은 그동안 써왔던 4-2-3-1 전형 대신 4-4-2 전술을 꺼내 들어 김신욱과 이근호(상주)를 투톱에 배치했다. 김신욱의 결승골은 이날 대표팀이 보여준 가장 좋은 장면이었다. 고요한(서울)이 이용(울산)의 패스를 받아 측면으로 쇄도하면서 크로스를 내주자 중앙의 김신욱이 논스톱 오른발슛으로 골을 만들었다. 지난해 11월 19일 러시아와 평가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 196㎝의 장신을 이용해 머리로만 넣는 선수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공격 2선까지 내려와 동료들과 연계 플레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모습은 홍 감독이 원하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수적 우세 속에 몇 차례 더 위협적인 플레이와 추가골을 뽑아냈어야 했다. 홍명보 감독의 머릿속에서 박주영(아스날)을 완벽하게 지우기엔 모자란 플레이였다. 박주영이 소속팀에서 여전히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좋은 소식을 전하지 못하지만 김신욱이 홍 감독의 원톱 공격수 ‘제1옵션’이 되기엔 부족함이 있다. 김신욱에게 멕시코와 미국전이 중요한 이유다.
▶“아무도 결정하지 않았다” 다시 제로베이스=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홍명보호는 13일부터 브라질과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다. 매일 이어지는 훈련이 모의고사인 셈이다. 전훈 일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유럽파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국내 선수들의 옥석 가리기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28일 “확실히 본선으로 간다는 끈을 잡고 있는 선수는 없다. 누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선수가 아무도 없다”고 단언했다. 즉 확실하게 ‘홍심’을 잡은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아직 모두에게 기회가 열려 있다는 얘기다. 홍명보 감독은 “멕시코와 미국전에 어떤 선수들을 내보낼 지 정하지 못했다. 1차전에 뛴 선수들이 또 나선다면 조직적인 부분에서 좋아져야 할 것이고 새로운 선수들이 출전하더라도 기존의 틀 안에서 능력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발 출전 선수가 코스타리카전 때와 바뀐다면 염기훈과 정성룡(이상 수원), 이호(상주), 박진포, 김태환(이상 성남) 정도 등이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공인구 브라주카도 첫 실험=홍명보호는 멕시코전을 통해 브라질월드컵 공인구 브라주카를 실전서 처음 사용한다. 나머지 두 차례 평가전은 모두 나이키 축구공을 쓰게 돼 있다. 대표팀은 브라질 전훈에서 브라주카를 사용해 연습했다. 지난해 12월 공인구가 처음 공개됐을 때 나온 평가처럼 대표팀 선수들도 “공격수에 유리한 공”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신욱은 “슈팅과 헤딩을 할 때 탄력이 좋아 많이 흔들린다”며 “골키퍼가 궤적을 읽기 어려워 공격수에게 유리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골키퍼 정성룡 역시 “킥이 정확한 공격수에게 이점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홍명보호가 브라주카 첫 실전무대에서 시원한 골 폭죽을 터뜨리며 축구팬들에게 기분좋은 설 선물을 안길지 기대된다.
조범자 기자/anju101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