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제조사다. 올빼미(밤 10시부터 새벽 7시까지), 골라빼기(특정 통신사 가입자만을 대상으로 추가 지급), 지역 맞춤형(특정 지역에 추가 지급) 등 형태도 다양했던 통신 보조금 전쟁에 이번에는 거대 스마트폰 제조사들까지 뛰어들었다.

16일 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대리점이나 판매점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삼성전자가 만든 스마트폰 갤럭시S4를 할부원금 18만 원 선에 판매하고 있다. 또 갤럭시노트2의 경우 할부원금 0원까지 등장했다. 이들 두 기종은 보조금 전쟁이 치열했던 지난달 말까지도 20만 원에서 40만 원 선을 유지했던 제품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통신사가 아닌 삼성전자가 보조금 전쟁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좀처럼 변하지 않았던 재조사 보조금에 이례적인 변화가 생겼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이번 보조금 확대는 지난 연말 통신사의 보조금이 LG전자나 팬택 제품에 몰리면서 자사 제품의 국내 점유율이 하락할 것을 우려한 선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통상 스마트폰 보조금은 제조사에서 이동통신사에 단말기를 넘길 때 지금하는 제조사 보조금에 이동통신사의 보조금이 더해지고, 마지막 소비자에게 전해지기 전 대리점이 자체적으로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는 형태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가입자 유치가 수익과 직결된 이통사와 대리점들이 그동안 보조금 경쟁을 주도해왔다.

삼성전자의 빵원 갤럭시노트2, 또 10만 원대 갤럭시S4가 주로 SK텔레콤과 KT를 통해 나오고 있는 것도 관심사다. 지난해 상대적으로 LG전자와 팬택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았던 LG유플러스가 본의아니게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회사 관계자는 “한정된 마케팅 비용으로 판매량을 크게 늘리기 위해 SK텔레콤과 KT과 대비해 상대적으로 삼성 모델 판매량이 적은 LG유플러스에 장려금을 줄인 것”이라며 LG유플러스 뿐 아니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스마트폰을 제공했던 LG전자와 팬택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삼성전자의 제조사 보조금 확대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번 보조금 전쟁에서 소외당했다고 평가받는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순증 기조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빵원 갤럭시노트2, 10만 원대 갤럭시S4의 등장에도 LG유플러스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번호이동을 통해 모두 5054명의 가입자가 늘었다. 반면 이 기같 SK텔레콤과 KT는 각각 7790명과 6508명의 고객이 빠져나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 3사간 비슷한 수준의 보조금 정책이 실시될 경우 상대적으로 브래드 파워 및 LTE 인지도가 약한 KT가 가장 많은 순감을 기록하고, SK텔레콤도 가입자 규모가 많아 순감을 기록하는 것이 번호이동 시장의 일반적인 현상”이라며 “이번에는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보조금 정책을 구사한 결과 그 폭을 줄인 듯 하다”고 설명했다.

최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