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특별취재팀]갑작스런 변화로 보이지만 도로명 주소는 10년여의 준비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도로명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지역 고유의 색이 살기도 했고, 주민들의 바람과 포부를 담은 지명이 탄생하기도 했다.

▶희한한 도로명, 어떤 것 있나=강원도 정선군에 있는 ‘멀미길’은 옛 지명에서 유래된 도로명이다. 산이 검은 돌로 뒤덮여 늘 검게 보인다고 해서 ‘묵산’이라 불리던 것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언뜻 듣기에는 교통수단의 흔들림 때문에 어지러움을 느끼는 증상인 ‘멀미’를 연상시키는 명칭이다.

최근 먹는 모습을 잘 표현한 방송을 일컫는 말인 ‘먹방’도 길 이름에 나왔다. 강원도 홍천군의 ‘먹방길’은 옛 지명인 ‘먹방산’을 인용한 것이다.

강원도 속초시의 ‘법대로’는 말 그대로 ‘법대로’ 하자는 뜻이다. 이 길에 춘천지법 속초지원과 춘천지검 속초지청 등 법 관련 기관들이 연이어 있어, 법을 준수하자는 의미에서 ‘법대로’라 이름 지었다.

경북 경주시의 ‘생식촌길’은 불에 익힌 것을 먹지 않고 생활한다고 해서 붙여진 마을이름을 반영한 것이다.

경북 고령군의 ‘쌍쌍로’는 짝을 이룬다는 의미와 관련 있어 보이지만, 단순히 고령군 쌍림면과 합천군 쌍책면을 잇는 도로이기 때문에 앞 글자를 따와 ‘쌍쌍로’라 한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의 ‘신흥고수로’는 무림에 등장한 신예 고수를 연상시키는 듯 하다. 그러나 이 도로명은 신흥 1리와 신흥2리 고수동을 연결하는 도로여서 양측 명칭을 따오다 보니 이렇게 지어졌다.

경북 안동시의 ‘미남길’은 미남(美男)이 아닌 미남(美南)이다. 마을 산세가 수려하고 남쪽 낙동강이 주야로 아름답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도로명을 미남길로 지었다.

‘멀미길’, ‘쌍쌍로’,‘신흥고수’, 재미있는 도로명, 살펴보니

중복되는 도로명, 어떻게 찾나=독특한 도로명은 오히려 사정이 나을지도 모른다. 평범한(?) 도로명은 중복되는 경우가 많아 ‘변별력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중복 도로명은 ‘통일로’다. ‘통일로’는 서울역 사거리부터 파주 통일대교까지 47.6㎞에 달해, 경기 고양시와 파주시는 물론 서울 중구 종로구 서대문구 은평구까지 이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이 구간만 따져봐도 ‘통일로’라는 도로명을 사용하는 곳은 160여곳에 달한다.

‘푸른길’이란 도로명도 150여곳, ‘희망길’은 100여곳에서 사용하고 있다.

‘미래로’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주고자 하는 지역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강원도 원주시는 혁신도시로서의 미래가 영원히 이어지라는 뜻에서 ‘미래로’라는 도로명을 지었다. 이 외에도 경북 경주 등의 지역에도 ‘미래로’가 있다.

‘부귀로’는 강원도에 두 곳이 있다. 원주시에 있는 ‘부귀로’는 부론면과 귀래면을 연결하는 도로여서 양측의 지명을 한 글자씩 따 ‘부귀로’라 이름 붙여졌다. 춘천시의 ‘부귀로’는 ‘부귀리’라는 행정구역명을 그대로 따와 지은 것이다.

‘미래’ ‘평화’ 등 일반적인 도로명 외에 토속적인 지명도 때로 겹치곤 한다. 고향의 정감을 전해주는 듯한 ‘고사리길’은 제주와 경북 경주 등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