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장은 1963년 문화공보부 예술과 공무원으로 시작해 반세기 동안 척박했던 문화예술계를 비옥하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88서울예술단을 비롯해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등 한국을 대표하는 국공립 예술기관을 운영하며 문화융성의 토대를 다져왔다.
‘공연의 탄생’은 연대기적 형식이 아니다. 그가 만든 사람과 그를 만든 사람들 이야기, CEO로서 활발하게 작동하게 만든 공연장, 그가 만든 공연예술 무대 등이 담겨있다.
한국 현대무용의 대모 육완순, 태평무의 대가 강선영, 지휘자 정명훈, 발레리나 강수진 등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온 예술인들과의 인연부터 이 사장과 숱한 공연을 함께 만들었던 참모들, 속칭 ‘이종덕 사단’이라 불리며 지금은 대한민국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CEO가 된 인재들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그가 책임을 진 공연장과 그가 만든 공연 이야기들도 소개됐다. 무대 흐름에 맞춰 컬러 필름을 바꾸고 출연자의 얼굴을 향해 조명 방향을 돌리는 등 사람 냄새 물씬 풍기던 1960~70년대 무대공연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그려졌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충무아트홀 등 부임하는 곳마다 공연장을 활성화시킨 이야기 등도 소개된다.
책 말미에는 남편과 아버지로서 살아가는 인간 이종덕의 인생 스토리도 담겨있다.
우리나라 공연예술계 명사 5인이 축사도 실렸다.
김동호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장은 이 사장을 두고 “시대의 낭만파라고 불러도 전혀 손색없는 인품의 소유자”라고 말했다. 영화배우 문희는 “배우가 앞 광대라면 무대 뒤에서 묵묵히 땀흘리는 배우를 돕는 사람인 뒷 광대”로, 연극배우 박정자는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로 그를 표현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은 차이코프스키콩쿠르에서 입상하고 돌아왔을 때 김포공항에서 광화문까지 카퍼레이드를 해주셨던 일화를 이야기하며 이 사장의 따뜻한 인간미와 뜨거운 열정을 추억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던 세종문화회관에서 ‘까멜리아 레이디’ 초청 공연을 추진했던 이 사장을 추억하며 “훗날 자서전을 쓰게 된다면 그 책의 한 페이지에는 한국에서 만난 예술행정가 이종덕의 숨은 노력과 성공사례에 대해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이 사장의 헌정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이날 행사는 이 사장 아래서 공연기획과 예술행정을 배워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인건 KBS교향악단 사장, 안호상 국립중앙극장장,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김승업 부산 영화의전당 대표,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극장장, 고희경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김영수 공연기획자 등이 직접 준비했다.
이 사장은 “열악했던 예술행정의 현장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후배들이 출판기념회를 몸소 열어줘 더욱 감격스럽고, 모든 예술인의 가장 열렬한 팬으로 나를 기억해줘서 황홀하다”며 “죽는 날까지 꽃자리를 찾아 예술가를 후원하고 사람을 키우는 데 온 힘을 바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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