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한국 경제를 엄습한 ‘환율 공포’를 바라보는 철강업계의 시각이 업체에 따라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하는 포스코는 엔화 약세, 원화 강세인 환율 여파가 직격탄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수출 비중이 10%대 수준인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여타 업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원자재 수입면에서는 되레 득이 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는 곳도 있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포스코는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평균 1061원으로 전 분기 대비 47원 급락하면서 수출 마진이 줄어들어 4분기에 매출 7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5268억원 정도로 예상된다”며 “영업이익 6000억원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코의 수출 비중은 지난 3분기 기준 약 42% 정도다. 지난 2009년부터 증가 추세를 보이다 지난 2012년 처음으로 40%를 넘어섰다. 공급과잉에 직면한 세계 철강 시장에서 활로 개척을 위해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온 포스코지만 환율 하락이 걸림돌로 작용하는 셈이다.
포스코 내부의 고민도 깊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의 철강 시장이 공급과잉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해외시장으로 수출을 다변화해 패권을 쥐는 것이 중요한데 당장 환율하락으로 예상되는 손실도 만만치 않아서다. 수출 비중을 줄이고 내수에 집중하려고 해도 이미 국내 시장에 중국, 일본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어 내수시장 방어도 어렵다.
포스코는 적정 수출 비중을 40%대 초반으로 정하고 환율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품 수출을 통해 벌어들이는 외화를 유연탄과 철광석 등 주요 원료 수입 물량 결제에 사용하는 ‘내츄럴헤지’ 방식으로 환율 급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환율의) 장기적인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업계 2, 3위인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포스코에 비해 환율 시름이 덜한 편이다. 현대제철의 경우 작년 3분기 기준 수출 비중이 전체의 18%에 불과하다. 김 연구원은 “현대제철(별도 기준)의 4분기 매출은 3조6500억원, 영업이익은 2490억원으로 기대보다는 소폭 하회하겠지만 수출 비중이 적어 포스코 대비 하회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국제강도 수출을 거의 하지 않아 수출 비중이 10% 안팎이다. 게다가 엔화결재가 거의 없고, 주력 상품인 후판 분야에서는 일본 경쟁업체들이 국내에 많이 진출해있긴 하지만 분야가 겹치지 않아 직접적인 손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수입에 있어서는 환율로 득을 보는 면도 있어 4분기 실적 개선에 일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환율하락으로 인한 직접적 영향은 적지만 고객사 대부분이 자동차 등 수출업체기 때문에 수요감소로 인한 간접적 영향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