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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테마의 혁신적 미술로 중동에 ‘예술한류’ 펼치는 아티스트 안종연
[헤럴드경제=이영란 선임기자]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도 K-팝 열풍은 거세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에서는 K-팝 스타들의 공연과 ‘한국어말하기 대회’가 성황리에 열렸고, 두바이와 사우디 아라바아에서도 K-팝과 한국드라마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슬람 여성의 전통의상 ‘아바야’(Abaya)를 입은 K-팝 팬들은 스타들의 공연에 앞다퉈 몰려들어 열광적으로 환호하고 있다.

이같은 K-팝 열풍에 ‘예술한류’를 더하고 있는 작가가 있다. ‘빛’을 테마로 다양하면서도 혁신적인 예술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안종연(61)이 그 주인공이다.

설치미술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안종연은 요즘 세계미술 관계자들이 가장 주목하는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대규모 초대전을 열고 있다. UAE는 석유부국답게 ‘22세기는 우리가 예술강국으로 거듭난다'는 슬로건 아래 아부다비의 사디얏(Saadiyat) 아일랜드에 루브르 아부다비, 구겐하임 아부다비를 건설 중이다. 왕실이 직접 나서 고가의 미술품을 컬렉션하기도 한다.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예술도시에서 ‘미술한류’를= 생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의 순환, 빛과 어두움, 시간과 인간 등에 대한 관심을 다양한 매체로 표현해온 안종연은 ‘Wings of Light’라는 타이틀로 지난 11월 아부다비의 ‘에미레이트 팰리스(Emirate Palace)’ 갤러리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개막했다. 한국큐레이터협회장인 윤범모 교수(가천대)가 큐레이팅한 이번 전시는 서울의 갤러리아트링크와 아부다비의 Al-najim Culture가 공동주관했다. 후원은 아부다비의 알 사라피 그룹, 두바이의 RP그룹이 맡아 전시 경비를 지원했다.

안종연은 그간 스테인리스스틸, 유리, 두랄루민, 돌, 에폭시 등 무겁고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로 ‘빛’과 ‘우주의 본질’을 표현해온 작가다. 근래에는 개발논리및 경쟁논리에 쓸려 훼손되는 자연과 생명의 문제를 환기시키며,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인간 존재를 꿰뚫는 작업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다.

이번 아부다비 전시에서 그는 좀더 진일보한 작업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무려 800평에 이르는 거대한 팰리스 갤러리 전관을 4개의 소주제로 나눠 ‘2차원 예술-새로운 회화’, ‘3차원 예술’, ‘설치미술(인스톨레이션)’, ‘퍼블릭아트’를 선보이고 있다. 착색 스테인리스 스틸 슈퍼 미러를 전동 핸드드릴로 수만번 점을 쪼아 구현한 대형 금속페인팅, 한국과 아부다비의 네가지 서로 다른 풍경을 교집해 시공간을 초월한 렌티큘러 작품이 내걸렸다. 또 시시각각 변화하는 LED 빛과 영상을 전시장 벽에 투영하며, 우주의 향연을 펼친 설치작업, 오묘한 만화경을 담은 작품, 아랍의 모래사막을 신기루처럼 형상화한 프로젝션 작업 등 다양한 재료를 자유롭게 오간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하게 플래닝된 LED 라이트와 수십개의 유리구슬, 오묘한 만화경 영상과 음향을 곁들인 설치작업 ‘Ezen of Light’는 현지인들로부터 “빛과 영상, 소리, 모래가 어우러진 치유의 미술”로 찬사를 받고 있다.

안종연이 전시를 연 곳은 아부다비에서도 최고명소로 꼽히는 곳. 에미레이트 팰리스는 옛 왕궁을 7성급 호텔로 개조한 곳으로, ‘아부다비를 들르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으로 불린다. 최고급 대리석과 황금장식, 가구로 내외부를 장식해 눈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로 휘황찬란한 곳이다. 바로 뒷편에는 왕족(쉐이크)이 거주하는 왕궁이 연결돼 있어 더욱 화제를 모은다.

그중에서도 800평 규모의 팰리스 갤러리는 특별관리되는 전시관이자, 관광객과 현지VIP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 점에서 안종연의 이번 작품전은 의미가 깊다. 아시아 작가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단일작가가 이곳 전시관 전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두바이, 오만, 카타르에서도 전시제의 줄이어= 특히 아부다비의 방송과 유력일간지들이 멀리 한국에서 온 한국작가의 색다른 전시를 앞다퉈 보도하면서 관람객이 몰려들자 팰리스 갤러리측은 ‘전시를 최대한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전시는 두차례나 연장돼 오는 1월 15일까지 계속된다.

안 작가는 “당초 일주일 예정으로 전시를 열려 했으나 현지 언론과 왕실관계자 등이 주목하면서 전시가 두차례나 연장됐다"며 “오랫동안 가장 혼신을 다해온 빛 작업을 업그레이드시킨 LED설치작업은 가장 반응이 좋아 아부다비의 클리브랜드병원 등에서 같은 컨셉으로 힐링 룸을 만들어달라는 제안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의 다양한 작업은 아랍권에서 좋은 반응을 일으키며 두바이는 물론 오만과 카타르에서도 전시제의가 이어지고 있다.


또 컴퓨터그래픽 기반의 렌티큘러 작품은 중동의 아라베스크 문양을 작업 속에 환상적으로 차용해 현지인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예술이야말로 국가와 언어, 종교를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윤범모 교수는 “안종연은 평면 유화작업으로부터 거대한 스테인리스스틸에 점묘(點描)기법을 활용한 고밀도 회화, 액체 에폭시 작업, 레틴큘러 작업 까지 조형기법이 다양하기 그지없다. 또 키네틱 아트는 빛과 소리까지 아울러 예술적 발언의 진폭이 매우 넓다. 안종연의 예술적 진면목이 망라된 이번 작품전은 중동 관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체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했다.


부산 출신으로 뉴욕의 스쿨오브 비주얼아트(석사)를 졸업한 안종연은 스케일 큰 공공작업에 주력해왔다. 즉 실내는 물론 실외의 너른 공간에 새로운 예술혼을 불어넣는 대형조형물이라든가 첨단 기법을 활용한 설치작업을 실현해왔다. 교보문고, 영월, 제주 등에 대형 공공미술을 선보인바 있는 그는 이제 아부다비, 두바이는 물론 중동에 한국현대미술의 독창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4년을 도약의 해로 삼을 예정이다.

안종연은 ”미국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뒤로 지난 30여년간 마치 예술게릴라처럼 새로운 예술, 나만의 조형세계를 추구해왔는데 이제야 길이 좀 트이는 것 같다. 영혼의 세계를 다루는 작업이라 아랍권에서도 잘 소통되리라 생각했는데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물론 한국서 활동하는 것보다 몇배 힘들지만 독립군처럼 중동에 예술한류를 심는다는 각오로 새해를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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