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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들리는 고위공직사회…“나갈 자리도 없다.”
[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총리실에서 불기 시작한 인사 태풍이 관가에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부처 고위직 공무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문제는 이 태풍을 피할만한 은신처가 마땅히 없다는데 있다.

예전 같으면 1, 2급 고위직 공무원은 물러날 경우 각 부처 산하 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다. 자리를 옮기면 짧게는 3년, 길게는 6년 간 노후를 준비할 수 있었다. 박봉의 공직생활을 정리하는 일종의 ‘보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부처에서 차관을 하고 물러나면 산하기관 이사장 자리로 가는 것 조차 쉽지 않다. 퇴직 후 6개월에서 1년을 쉬는 것은 기본이고 , 2년 가까이 뒷방신세를 지기도 한다. 이쯤되면 “언제 불러주려나?” 목이 빠지게 기다리기 일쑤다.


공무원 퇴직 후 7개월여 가량 쉬다 얼마전 정부부처 산하 공기업 수장으로 옮긴 A 씨는 “공무원들이 퇴직 후 갈 수 있는 곳은 뻔한데, 요즘은 외부 수혈이다 민간전문가 영입이다 뭐다 뭐다해서 실국장으로 퇴직한 공무원들이 갈 곳이마땅찮아졌다. 아예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엘리트 코스를 줄곧 밟아온 기획재정부 출신 공무원이나 산하기관이 비교적 많아 갈곳이 많았던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공무원들도 상황이 비슷하다.

기재부의 경우 그동안 공무원 퇴직 후 금융산하기관이나 금융기관, 법률사무소 등으로 많이 자리를 옮겼지만 예전과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도 적잖은 기재부 출신 공무원들이 금융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제 눈을 씻고 봐야 갈 곳이 마땅찮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산업부의 경우 산하 공기업이 많아 과거 서기관급으로 퇴직한 공무원들이 산하 공기업 이사 자리로 옮길 수 있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이 부처 출신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산업부 출신으로 공기업에서 일하는 한 임원은 “그동안 공무원 네트워크 때문에 공기업에서 한 자리를 맡을 수도 있었지만, 각 공기업 내부 전문가들을 발탁하는 경우도 많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아 옮길 수 있는 자리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 사이에서 눈치보기가 극심해지고 있다. 완전히 등 떠밀려 나가야하지 않는 경우라면 조용히 직(職)을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떠나야 할 때면, 자신을 위한 직이 마련돼 있을 때까지 버티려 한다.

얼마전 모 부처 산하 연구기관장인 B 씨는 부처 후배들에게 “국장이 직업”이라는 험한(?) 말까지 들었지만 꿋꿋이 버티다 작년 말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지방의 한 연구기관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okidok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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