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승완 기자]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이 손을 잡았던 ‘OLED TV 공동 개발 프로젝트’가 중단되면서 차세대 TV 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일단 국내 기업으로선 나쁠 것이 없어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기업은 차세대 TV를 주도할 확실한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OLED와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가 사라진 만큼 향후 폭발적인 마케팅에 집중한다면 뚜렷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업계는 일본 현지 언론들이 최근 소니와 파나소닉이 공동추진했던 OLED 개발프로젝트를 중단키로 했다고 보도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공동개발을 선언한지 1년반 만으로, 연구개발과 라인구축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데 따른 것이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당초 두 회사는 소니가 가진 OLED 화소분야의 기술과 파나소닉의 프린팅 기술 생산 능력 등의 이점을 더해 OLED 개발에 시너지를 내고자 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패널 생산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당장의 수요가 크지 않은 OLED 대신 내년부터 본격화될 UHD TV 시장 공략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일본의 포기로 OLED 분야에서 우리 업체들의 지배권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소니와 파나소닉은 향후 독자적으로 OLED TV를 개발한다는 방침이지만 혼자 힘으로 제품 상용화까지 이르기에는 아직 체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중국업체들은 원천기술 자체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만큼 우리 업체들이 기술주도권을 더 강화할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는 평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OLED TV 기술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였던 일본업체들의 기술 진전이 더디게 나타나면서 기술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봤다.
물론 세계 OLED TV 판매량은 올해 5만대 규모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등 OLED TV는 시장은 아직 영글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270만대, 2016년 700만대로 늘어나면서 곧 의미있는 볼륨을 갖춰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장기적으로는 UHD를 화소수가 4배인 ‘UHD OLED’가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UHD만 가진 일본과 중국업체들 입장에서는 언제건 OLED의 벽을 한 번은 넘어야하는 상황이다.
OLED 기술이 플렉서블이나 웨어러블 디스플레이의 근간이 된다는 점, TV분야의 새로운 트랜드가 되고 있는 곡면화에도 유리하다는 점 등도 빼놓을 수도 없다.
마케팅적 가치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UHD 보다 더 프리미엄 제품이라 할 수 있는 OLED 라인업을 갖추는 것 만으로 경쟁사들과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면서 “특히 8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를 구가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는 유럽과 북미지역의 하이앤드 시장에서 고객을 추가로 확대하고, UHD 판매량을 늘리는 데에도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필요한 시기에는 OLED TV에 대한 공격적인 마케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OLED는 여전히 연구개발과 막대한 설비투자가 이뤄지고 있어, 생산비용이 UHD 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UHD를 포함한 기존의 LCD와는 다르게 액정, 백라이트 유닛, 컬러필터, 필름 등이 필요없는 구조라 장기적으로 수율문제가 안정될 경우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삼성 등 국내 업체들 입장에서는 시장이 열린다고 판단되는 시기에 필요하다면 공격적인 가격 할인등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