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철도노조 파업에 ‘국민의 이름’으로 정면 승부수를 띄었다. ‘국민과 애국심’에 호소하는 박근혜식 승부수다. 이에 맞서 민노총은 한국노총과의 연대를 통해 ‘범 노조’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민영화를 빌미로 시작된 철도노조 파업이 ‘국민’ 대 ‘범 노조’의 프레임으로 옮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노조 모두 퇴로 없는 싸움에 돌입한 셈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께선) 명분 없는 철도노조 파업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신 것 같다”며 “어중간한 선에서 철도노조에 타협하게 되면 향후 5년 내내 노조의 기득권에 끌려 다닐 수 뿐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또 다른 관계자도 “역대정부에서 용두사미식으로 타협을 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파업이 반복되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께서 ‘국민중심’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도 타협은 있을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신 것이다”고 강조했다. 철도노조와의 타협은 국민의 신의를 저버리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통령이 지난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파업과 관련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 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국민’ 이라는 단어를 3번 사용한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민들이 갖고 있는 애국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배려 등을 믿고 있다. 모든 문제를 국민중심으로 풀어가야 한다”며 애국심에도 호소했다.
청와대는 특히 “절대 없다”는 민영화를 빌미로 파업을 벌이는 철도노조가 실상은 제밥그릇 지키지이며, 공공성 등은 핑개에 불과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반복된 ‘원칙 없는 타협→노조의 기득권 강화→국민 이익 침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이번에는 여론전을 통해 반드시 끊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사면권 남용’과 ‘쇼맨십’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던 박 대통령이 내년 설 명절 특별사면과 신년기자회견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도 여론전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청와대 일부 참모들은 이와관련해 최근 박 대통령에게 원만한 국정운영과 국민들이 피부에 와닿는 정책실현을 위해서도 어느정도의 쇼맨십은 필요하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정부패와 사회지도층 범죄를 제외한 민생형 특별사면을 추진함으로써 서민들을 감싸 안고,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불통’ 논란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 개혁이라는 거대한 장애물을 앞둔 상황에서 철도노조 파업 이후 48%까지 떨어진 국정지지율을 끌어 올릴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갑오경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설명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국민을 적극적인 후원군으로 끌어 들이겠다는 계산법이 작용한 셈이다.
/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