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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 서상범> 교육청-시의회 힘겨루기 멍드는 혁신학교
혁신학교를 둘러싸고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1월 20일 일반학교와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서울시내 67개 혁신학교의 내년 예산을 올해의 약 40% 수준으로 삭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6일 시교육청의 방안을 백지화하고 혁신학교 예산을 다시 97억원으로 원상복구했다. 시 교육위 측은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대안을 넘어 이제는 공교육의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 유지ㆍ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증액 이유를 밝혔다.

이러한 양측의 공방 배경에는 이념적ㆍ정치적 감정싸움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시교육청의 예산삭감 배경과 관련해 문용린 교육감이 전임자 곽노현 교육감의 색깔을 지우기 위한 행보라고 주장한다. 혁신학교는 곽 전 교육감의 핵심 추진사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수시민단체 등은 반대로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 교육위가 진보색채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예산을 깎아서 혁신학교 예산을 원상복구했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시의회 예산안 심의는 13일 통과될 예정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원상복구된 혁신학교 예산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청과 시의회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혁신학교에 아이들을 맡긴 학부모의 한숨은 깊어진다. 아이의 행복한 교육을 위해 혁신학교를 선택했던 부모들은 감정과 힘의 논리로, ‘왔다 갔다’하는 교육행정을 바라보면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 새로운 학교의 모델을 제안하기 위해 시험적으로 운영되는 혁신학교가 정치권의 싸움에 멍든다면 우리 교육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혁신학교 운영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시정하고, 그렇지 않다면 지원 정책은 계속돼야 한다. 일반학교와의 형평성만을 이유로 불과 1년 새 예산을 절반 이하로 깎는다면 문을 닫으라는 소리와 같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전 정권의 정책이었던 의제 2010을 그대로 이어받아 금융위기 속에서도 독일을 유럽의 중심국가로 우뚝서게 했다. 당파성에 집착하지 않고 국민의 행복을 위해 뛰었던 메르켈의 용기가 우리 교육현장에도 필요하다. 

서상범 사회부 ti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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