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장편‘정글만리’5개월만에 100만부 돌파…최단기간 밀리언셀러 이유는?
“중국은 이미 건설 분야에서 한국과 기술격차가 작은 만큼, 건설이 아닌 신사업을 가지고 중국을 공략해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지난달 한 대기업 강연장에서 소설가 조정래 씨가 임직원 300명 앞에서 중국 사업 방향을 묻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내로라하는 중국 전문가 대신 그를 초청해 경영의 조언을 듣는 모양새가 이상하지만, 이는 최근 기업에서 부는 소설 ‘정글만리’ 효과다.
소설시장을 달궈온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가 9일 출간 5개월 만에 100만부 판매를 돌파했다. 정확한 통계가 이뤄진 2000년대 이후 최단기간 밀리언셀러 기록으로 하루 평균 7000부가 판매된 꼴이다. 이로써 조정래는 ‘태백산맥’(800만부), ‘아리랑’(380만부), ‘한강’(250만부) 등을 통들어 통산 1530만부를 판매하는 대기록을 갖게 됐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룰이 판치는 비즈니스 현장인 중국을 무대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눈에 불을 켠 주인공들의 역동적인 삶을 그린 ‘정글만리’의 인기는 시대의 요구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무엇보다 현재의 중국을 소설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중국의 실상을 알고 싶어 하는 일반의 요구와 일치했다. 작가는 꼼꼼한 자료조사와 8번에 걸친 현장답사로 사회문화 세태와 경제 전반에 걸친 통찰을 보여준다. 중국은 세계 경제 흐름을 좌지우지하며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지만 속을 알 수 없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실체를 보여주고 그 중요성을 다시 짚어주며 공감을 끌어냈다.
장기간 불황으로 비전을 찾지 못하는 이들에게 시야를 넓혀주며 남성 독자들을 끌어들인 점도 밀리언셀러를 이루는 데 공이 컸다. 특히 50대 이상 남성독자들에겐 세계를 무대로 뛴 종합상사 시절의 열정을 환기시키며 호응을 얻고 있다. 조정래 글의 힘은 ‘정글만리’ 인기의 핵심 요소다. 개성 있는 인물과 속도감 있는 문체, 흡인력 있는 전개는 한마디로 조정래 스타일이다. 여기에 책 광고로는 드물게 TV광고를 선보이고 전자책을 동시에 출간해 타깃 독자층인 직장인들이 출퇴근 시간에도 책을 접할 수 있게 한 점도 주효했다. ‘정글만리’는 중국인보다 중국을 더 잘 안다는 평가와 함께 내년 봄 중국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