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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데이터> 부산신항 ‘스마트 터미널’ 역사는 밤에 이뤄진다
한진신항 · 현대상선 빅2 자동화시스템 도입… 선박 · 운송량 체크부터 야드 크레인까지 무인시스템 구축, 생산성 향상 등 불황탈출 돌파구로
어둠이 내려앉으면 하루 종일 분주히 움직이던 부산 한진해운신항만 터미널(한진신항)에도 고요함이 찾아온다. 낮시간에 정박했던 대형 선박들도 컨테이너를 한가득 싣고 떠났고 근로자 대부분도 퇴근했다. 선박이 들어올 때마다 곧추세웠던 허리를 굽혀야 했던 갠트리(Gantry)크레인도 다시 허리를 세운 채 잠든다.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는 터미널의 모습은 일단 겉보기는 이렇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터미널은 밤새 쉴 새 없이 움직인다. 배가 입항하지 않은 심야 시간에도 한진신항은 ‘내일’을 준비한다. 내일 입항할 선박의 목적지를 체크하고 어떤 컨테이너를, 얼만큼, 어디로 운송할 것인지 스케줄을 확인한다. 이후 선적 순서대로 컨테이너를 미리 쌓아놓는다. 다음날 선박이 입항하면 최대한 빨리 컨테이너를 배 안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신기한 것은 이 모든 일이 사람의 손길 없이 스스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사람 대신 어둠이 찾아온 늦은 밤이지만 터미널은 잠들지 않는다.

잠들지 않는 터미널의 비밀은 무인자동화시스템에 있다. 작업 스케줄을 짜는 것은 물론 작업배정과 배에서 컨테이너를 내린 후 트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동선을 최소화해 가장 빨리 운송할 수 있는 일까지 모두 자동으로 가능하다.

한진신항은 자동화 터미널시스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곳이다. 세계 최초 수평 야드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로 2009년 2월 문을 열었다. 터미널 중 일부 장비를 타깃으로 한 무인 자동화 시도는 있었지만 야드 전체에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현재도 일부 유럽과 미주터미널을 제외하고는 흔치 않은 시스템이다. 


한진신항의 자동화터미널 운영시스템의 이름은 ‘오푸스 터미널(OPUS Terminal)’이다. 자동화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수시로 변화하는 터미널 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ㆍ분석해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들여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사람이 세세히 신경을 쓴다 해도 수만평에 달하는 터미널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는 없는 만큼 자동화시스템의 역할은 중요하다.

야드에서 일반 운송차량(트럭)이 컨테이너를 싣고 내리기 위해서는 정확히 어떤 위치에서 작업을 수행할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도입된 것이 무인인식전자태그(RFID)다. 야드 내 운송 차량의 정확한 위치와 도착정보, 작업현황이 RFID를 통해 터미널 운영시스템에 반영된다. 한진신항에는 RFID를 인식하는 42기의 무인자동화야드 크레인이 운영되고 있다. 트럭에 탑재된 RFID의 정보를 읽을 수 있는 리더기는 터미널 게이트, 야드블록 입구, 야드 크레인 몸체(프레임)에 부착돼 있다. 사람이 직접 일일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입력하지 않아도 서로 정보를 인식할 수 있다. 

2009년 2월 개장한 한진해운 신항만은 부지 면적이 총 68만8000㎡로 연간 처리 물량이 310만TEU에 달한다. 전 야드에 무인자동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사진은 한진해운 신항만의 모습.

트럭에 컨테이너를 실은 이후에도 자동화시스템의 역할은 계속된다. 이때부터는 ‘경제속도’를 위해 동선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야드 트럭 풀링시스템’은 운행경로를 최소화해 컨테이너를 옮길 수 있도록 한다.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는 셈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이 시스템을 통해 기존 터미널 대비 75%의 야드 트럭만으로 같은 물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트럭의 평균 이동 시간도 기존 터미널이 25~30분이었다면 8~15분 수준으로 절반가량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해서 지난 4년 동안 운영해온 결과, 꾸준히 컨테이너 처리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40만TEU로 2011년(216만TEU) 대비 약 11% 증가했고 올 해도 6월 기준 처리 물량이 전년 동기 대비 1% 증가한 122만TEU를 기록했다. 또 터미널의 생산성 지표 중 하나인 STS(Ship-To-Shore) 크레인 생산성이 시간당 32moves를 달성하며 기존 터미널 대비 약 12% 증가했다.

한진해운과 함께 국내 해운업을 이끌고 있는 현대상선도 현대부산신항만을 IT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터미널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부산신항만은 본선작업통제, 야드작업통제, 야드크레인 운영, 본선ㆍ야드 작업계획을 자체 개발한 운영 전산시스템(HI-TOP3)을 이용해 자동화 야드를 운영하고 있다. 무인자동화 야드 크레인도 38기를 보유하고 있다. 반출입 차량의 작업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게이트 차량 및 컨테이너 번호를 자동인식하는 시스템과 야드 내 컨테이너 하차 자동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산 신항터미널에서 화물을 운송 중인 한진해운 컨테이너. 갠트리크레인이 컨테이너를 트럭에 옮기면 트럭은 정해진 목적지로 이를 운반한다. 한진해운 신항만 내에서 운행 중인 트럭은 모두 무인인식전자태그(RFID)가 탑재돼 있어 사람이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제공=한진해운]

이처럼 국내 해운업 ‘빅2’가 터미널 자동화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생산성 향상’이다. 해운업 불황으로 물량은 제한되고 터미널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처리 물량이 줄어들다 보니 고객 한 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물량을 보유한 대형 선사들이 이를 무기로 하역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서 수익을 내기란 더욱 힘들어졌다. 실제로 한진신항의 경우도 3년 전과 비교해 하역 단가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지난 2009년 자동화터미널을 개장하고 4년 동안 터미널 자동화시스템을 통해 생산성 향상 방안을 고민해왔다. 야드 내에서 트럭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 또 다른 생산성 향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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