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ㆍ원호연 기자]중국 방공식별구역(ADIZ) 선포로 촉발된 중ㆍ일간 갈등이 G2(미국ㆍ중국) 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미국의 B52 전략 폭격기가 동중국해에서 무력시위에 나선데 이어 중국이 항공모함을 주축으로 첫 원양 훈련에 돌입하는 등 동북아 패권을 둘러싼 G2의 기싸움이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미국은 25일(현지시간) 오후 7시 중국에 사전통보도 하지 않은 채 B2-52 전략 폭격기 두대를 동중국해 상공으로 비행시켰다. 이날 괌에서 이륙한 B2-52 전략 폭격기 두 대는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동중국해 상공을 비무장 상태로 1시간 가량 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이번 비행은 정규 ‘코럴 라이트닝’(Coral Lightning) 훈련의 하나로 오래전에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을 겨냥한 고도의 ‘무력시위’ 메시지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공식적인 반응을 내지 않았지만, 내부 여론은 “미국 폭격기가 우리 영공에 침입했다면, 중국은 일본 방공식별구역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장은 “이란 핵문제가 잘 풀려가는 상황에서 중국이 동중국해 일대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면 미국은 군사적으로 아시아 회귀 전략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며 “동중국해는 수송로 문제나 대만 방위 문제에 있어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강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랴오닝호를 중심으로 한 항모 함대의 첫 원양 훈련에 나섰다. 랴오닝함이 함대를 구성해 훈련을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북해함대에 속한 랴오닝함이 관할 해역이 아닌 남중국해(남해함대 관할 구역)으로 훈련을 떠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문흥호 한양대학교 중국문제연구소 소장은 이와 관련 “중국은 미국이 짜놓은 판을 따르지 않고, 롤 테이커에서 롤 메이커가 되겠다는 것”이라며 “자기들끼리 내부ㆍ위기관리하면서 힘겨루기를 계속할 텐데 문제는 양쪽에서 샌드위치가 되고 있는 한국”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동중국해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 해역으로 수출입 물동량이 90% 밀집돼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엄청난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편 양국의 긴장이 고조되자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다음 달 초 한국과 중국 일본을 잇따라 긴급 방문,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선포와 관련된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우리 정부 당국도 외교채널을 가동해 워싱턴 DC에서 미국측 당국자들과 잇따라 비공식 협의를 갖고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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