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로 본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앞으로 수개월 이내에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에 착수할 수 있음을 시사했지만 현재 미국 경제 상황으로 미루어볼 때 Fed의 조기 출구전략 전망은 어둡다. Fed가 출구전략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고용과 물가 지표가 여전히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실업률 7.3%…고용 부진=올해 회복세를 보이던 고용지표는 다시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지난달 실업률은 7.3%로 집계돼 Fed의 목표치 6.5%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또 7.2%를 기록한 9월보다 되려 악화된 결과로 올 들어 9월까지 실업률이 0.7% 포인트 떨어지는 등 호조를 보이던 노동시장에 다시 찬물을 끼얹었다. Fed도 최근 고용 부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Fed는 “노동 시장이 비록 더디지만 지속적으로 호전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실업률의 하락이 노동 시장 여건의 개선 정도를 과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제활동참가율이 지난달 62.8%을 기록, 1978년 이래 35년 만에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워싱턴포스트(WP)는 경기 침체 장기화와 인구 고령화 등으로 노동 시장의 활력이 떨어져 출구전략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고 진단했다.
▶물가 상승 미미=물가 상승 추이도 Fed의 장기 인플레이션 목표인 2.0%에 못 미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인플레이션의 척도가 되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달 전년동월 대비 1.7% 상승하는 데 그쳤다. 또 음식과 에너지를 포함한 CPI도 전달 대비 0.1%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6개월 만에 처음 하락한 것으로 보합을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치보다도 밑돈 수치다.
특히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민간부문 노동자들의 실질 소득은 불과 0.1% 올라, 향후 실물경제 회복에 하방압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물가 압박이 저조한 상황인만큼 Fed가 테이퍼링이나 금리 인상의 명분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로이터는 최소 내년 3월까지 현행 양적완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애머리프라이즈파이낸셜의 러셀 프라이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은 현재로선 걱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Fed가 양적완화를 유지할 여지를 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승연 기자/sparkling@heraldcorp.com